‘소쿠리 투표’ 이어 ‘특혜채용’ 감사원 감사도 거부한 선관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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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우리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아냐…독립성 침해 우려도”
감사원 “선관위 신뢰도 바닥…자체 조사로 해결 못해” 충돌 예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본인들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며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감사원도 지난 대선 과정의 ‘소쿠리 투표’ 사태 등 전적을 거론하며 “선관위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감사원 감사를 꼭 받아야 한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 측은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감사원은 전날인 5월31일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직무감찰’을 예고했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감찰’로 나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경우 선관위의 ‘선거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인사 행정 문제인 만큼,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회계검사가 아닌 직무감찰의 경우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사원으로부터 직무감찰을 받는 선례를 만들 경우, 향후 정치자금이나 불법선거 관련 조사에 감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정기감사 착수 당시 “3년마다 선관위에 대해 회계나 단순 행정에 대해 감사했고, 이번에는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도 함께 요청했다. 하지만 선관위에서 자료 요청에 반발해, 결국 ‘소쿠리 투표’ 감사는 불발됐다.

다만 감사원도 이번 선관위 사태에 대해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감사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금 상황에서 선관위가 특혜채용 관련 자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지난 2019년 선관위 정기감사 때도 2016년 경력직원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훼손을 지적한 전례 등을 거론하며, 선관위를 향해 “특혜채용 의혹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신뢰 또한 바닥에 떨어진 만큼, 자체 조사 대신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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