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관람료 없앴다더니”…관광객 쫓는 백양사 ‘주차비 징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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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백양사, 길 막고 주차비 징수…또 다른 ‘통행세’ 논란
사찰 “임대료·관리비 부담에 징수 불가피”
방문객 “다 무료인 줄 알았는데…황당해”

전국 주요 사찰이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남 장성 백암산(백양사)을 찾은 관광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백양사 측이 사찰 관람료는 감면했으나 경내 진입 차량에 대한 주차비는 여전히 받고 있어 방문자와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찰 측이 관리하는 구역을 지나게 돼 주차비를 낸 방문객들은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일부는 기분이 상한 나머지 차를 돌려 빠져나가기 일쑤여서 찾아 온 관광객을 사찰이 내쫓는 꼴이 되고 있다.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매표소. 백양사를 찾은 방문객 차량들이 주차비를 내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백양사가 5월 4일 문화재 관람료는 감면했으나 주차비는 여전히 받고 있어 방문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백양사를 찾은 방문객 차량들이 주차비를 내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백양사가 5월 4일 문화재 관람료는 감면했으나 주차비는 여전히 받고 있어 방문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주차비 징수 놓고 실랑이…일부 방문객 “언짢아”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10m 전방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감면제를 세행한다는 문구를 담은 영상이 쉴틈 없이 송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매표소 앞에서 두 대의 차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휙 차를 돌려 가버린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백양사 측이 사찰 경내에 진입하는 차량에 주차비를 징수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관광객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 꽁무니에서는 ‘언짢다’는 표정마저 물씬 풍겼다. 취재진이 찾은 10여일 전에도 10대 중 3대 가량의 차량이 되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당초 문화재 관람료와 함께 받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백양사의 나홀로 주차비 징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찰 측이 지난 5월 4일부터 조계종의 결정에 따라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은 감면했으나 여전히 주차비는 승용차 기준 4000원(성수기 5000원)을 받으면서다.   

사찰 측은 주차장 부지 임차료와 관리·유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절 구경이나 등산, 드라이브를 위해 천년 사찰 백양사를 찾은 사람들은 금액의 과다를 떠나 길을 막고 계속하고 있는 요금 징수를 의아하게 여기면서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정희(57·나주시)씨는 “백양사를 자주 와 봤지만 한적한 지금이 너무 좋아서 또 왔다”며 “이것저것 요금을 다 안 받는 줄 알았는데 매표소에서 주차비를 달라고 막으니까 조금 언짢고 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채익희(가명 63·광주 서구)씨는 “예상 밖의 주차비 요구에 전후 사정을 물었더니 내기 싫으면 저 밑(집단상가)에다가 차를 주차해놓고 걸어서 올라가라 해 어이가 없었다”며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서야 할 관할 지자체는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화살을 장성군에 돌렸다.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매표소 앞에서 두 대의 차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휙 차를 돌려 가버린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백양사 측이 사찰 경내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주차비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관광객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 꽁무니에서는 ‘언짢다’는 표정이 물씬 묻어났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매표소 앞에서 두 대의 차량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휙 차를 돌려 가버린다. 불과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백양사 측이 사찰 경내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주차비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관광객 차량들이다. 이들 차량 꽁무니에서는 ‘언짢다’는 표정이 물씬 묻어났다. ⓒ시사저널 정성환

상인들도 불만 “환영은 못할망정 내쫒아서야” 

백양사 집단시설지구에 입주한 상인과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상인 A씨는 “연일 매표소 앞에서 주차비 징수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도매금으로 관광지로써 이미지도 흐려지고 있다”며 “손님이 없어 장사에 모두 힘들어 하는데 애써 백양사를 찾는 관광객을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쫒아내고 있으니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장성군 한 주민도 “한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모셔도 시원찮을 판에 사찰 측이 이와 상반되게  방문객을 쫓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장성군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군청에서 몰랐다고 하면 직무유기고 방관했었다면 직무태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군이 관광객들의 민원제기에 귀 기울이고 방문객을 쫒아내는 방법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사찰 측 “올해 안에 무료화 검토·노력 중”

백양사 측은 매표소 안쪽 북하면 약수리 146-4번지 등 3개 주차장 부지를 지난 1987년부터 5년 단위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연간 8700만원에 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5월20일 오후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부)에 해당 주차장 부지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데다, 유지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불가피하게 주차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공 스님은 ”그렇잖아도 주차비 징수로 인해 문화재 관람료 감면 효과가 반감하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종무회의를 열어 가급적 올해 안에 주차비도 무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국립공원공단 측과의 주차장 부지 계약기간이 올해 연말까지로 아직 남아 있고, J식당 소유 제1주차장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며 “만약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올해 말쯤이면 무료 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백양사 경내 주차장 ⓒ시사저널
5월 31일 오후 백양사 경내 주차장 모습 ⓒ시사저널

전문가 “관광객 봉 아냐, 소탐대실해선 안 돼”

이에 따라 백양사 경내 주차비 무료화는 빨라야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관광객 혼란과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사찰 측에 임대 주차장 부지의 무료화에 선뜻 동의할 지도 미지수다.  주차비 징수에 따른 사찰과 관광객 간에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 임시 감액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는 대목이다.

전남 한 대학 교수의 충고다. “관광객들은 결코 봉이 아니다. 잘못된 악습이나 납득되지 않는 요금이 어렵게 찾아온 관광객을 돌려보내고 발길을 끊게 한다. 한번 관광객이 등을 돌리면 지역과 지역 상권에 얼마나 타격을 입고 받는지 숱한 사례가 있다. 사찰 측과 장성군이 관광객이 불편해하는 사항이 없나 살피고 챙겨 기분상하지 않게 해야 또 찾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탐대실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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