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늬만 5G’였다…역대급 과징금 받고 주파수 반납한 통신3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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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 투자보다 과장 광고 열 올린 통신3사
“5G 출시 이후 통신사 영업이익, 연평균 14% 증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추진 한화, ‘메기’로 등장?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SK텔레콤이 5G 28㎓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하면서 통신3사가 모두 5G 28㎓에서 손을 떼게 됐다. 앞서 통신3사는 공정위로부터 5G 거짓 과장 광고로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결국 통신3사는 5G 28㎓ 기지국 구축에는 소홀하면서 가입자 유치로 이득을 보고 발을 뺀 상황이다. 이에 제4이동통신사 등장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화가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1일 SK텔레콤에 사전 통지한 5G 28㎓ 주파수 할당취소 처분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의견청취 절차가 완료돼 처분 내용을 최종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KT, LG유플러스에 이어 통신3사 모두 28㎓ 주파수 이용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반납했다.

과기부가 통신3사에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린 이유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부과한 기지국 장치 구축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서다. 당시 정부는 통신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각 회사마다 1만5000대의 28㎓ 기지국 구축을 의무화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28㎓망 구축 이행실적은 턱없이 저조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이행 실적은 의무 수량 대비 10% 수준이었고, SK텔레콤 역시 수천 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3사가 28㎓ 기지국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투자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초고주파인 28㎓ 대역은 통신3사의 5G 주력망인 3.5㎓ 대역보다 직진성이 강한 대신 도달거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 범위(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3.5㎓ 보다 많은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해야 한다. 그만큼 상당한 투자 비용도 필요하다.

통신3사가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대신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광고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28㎓ 기지국 구축 이행률은 낮았지만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20Gbps는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일 뿐 실증 근거는 없었다. 실제 2021년 3사의 평균 5G 전송 속도는 0.8Gbps로 25분의 1에 그쳤다. 5G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약 25배 부풀린 셈이다. 올해 3월 기준 5G 서비스 가입자는 약 3000만 명이다.

이같은 광고들로 인해 통신3사는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지만 2019년 5G 출시 이후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연평균 14% 이상 증가해 2021년에는 4조원에 달했다”며 “5G 부당 광고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 공정위는 통신3사가 5G 서비스 속도를 약 25배 부풀려 광고한 행위 등에 대해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과징금 336억원은 역대 표시·광고 사건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관련 매출액에 따라 업체별 과징금은 SK텔레콤 168억3000만원, KT 139억3000만원, LG유플러스 28억5000만원 등으로 부과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은 저궤도 위성통신사업? 한화 행보에 쏠린 눈

통신3사가 모두 28㎓ 주파수를 포기했지만, 정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한화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목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원웹에 투자하고 위성 제작과 통신 서비스 관련 협업을 진행 중이다. 원웹은 ‘스타링크’를 서비스하는 스페이스X와 유사한 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행정적 조치인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받은 뒤 군용 통신망을 비롯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은 향후 제4이동통신사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내놓고 있다. 통상 주파수 할당을 받고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서 사업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동통신사업자로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목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되는 한화시스템이 향후 주파수 할당 공고에 응모하면 제4이동통신사로 진출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화가 이동통신업계 진출을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은 수십만 개 기지국이 필요한데, 기본 투자비가 수조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신규사업자가 300개 가량의 28㎓ 핫스팟을 설치하면 약 3000억원의 투자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위해 이달 중으로 지원책과 함께 주파수 할당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통신사로부터 회수한 대역을 신규사업자에 최소 3년간 독점 제공하고, 통신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기지국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상향 제공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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