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40%대 지지율 돌파의 빛과 그림자 [쓴소리 곧은 소리]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2 16:05
  • 호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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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까지 지지율 올려 내년 4월 총선 맞을 수 있을까
중도층이 관건…야당의 강경 투쟁 싫어하지만 여권 분열은 더 싫어해

전 세계에서 국회의원도 대선후보도 대통령도 여론조사로 뽑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아 차기 대권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내놓는 나라도 대한민국밖에 없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에 출근하자마자 여론조사 결과를 물어봤다고 하지만, 우리처럼 심하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지지율이 뚝 떨어지자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1년이 지난 요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뀐 것이다. 여세를 몰아 50%를 뛰어넘어 내년 4월 총선 승리로 이어갈 수 있을까.

국정 지지율 50% 고지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지지율에 꽤 차이가 있고, 조사기법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지지율 수치가 아니라 지지율의 숨은 뜻을 봐야 한다. 아울러 역대 대통령들의 여론조사 사례를 살펴보고, 도도한 흐름을 봐야 한다. 여기서 ‘흐름’이란 여론조사 흐름이 아니라 민심 흐름을 의미한다. 요컨대, 정치심리학-역대 대통령-민심 흐름이라는 3대 관점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 상승전략이 보다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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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일 외교 성과는 언제든지 깎일 수 있어

윤 대통령이 줄곧 30%대 낮은 지지율로 애를 먹다가 뒤늦게 상승세를 타고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임기 초에는 60% 이상의 높은 지지율로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다가 임기말에는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지지율이 90%에 육박했다가 임기말 아들 구속과 한보 사태로 6%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실망감은 다른 대통령보다 훨씬 더 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초 적폐청산 등으로 80% 넘는 높은 지지율을 누렸지만 조국 사태 때는 29%까지 떨어졌고, 양극단 정치 속에서 강성 지지층 덕분에 40%대를 유지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윤 대통령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 쓰디쓴 약이 나중에 보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차제에 깊이 인식해야 할 점은 국정 지지율의 등락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 6월 두 달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주로 한·미·일 외교안보 동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이 꼽힌다. 이러한 ‘외부 요인’들은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역대 대통령들도 정상회담이나 해외순방 후에는 어김없이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곧 정치적 이슈들에 묻히고 말았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40% 중반대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외부 요인’을 조속히 ‘내부 요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즉, 윤 대통령은 자질, 능력, 민생 성과 같은 내부 요인에 집중해야 한다. 취임 후 3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5일자 갤럽 발표에서 24%라는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원인도 내부 요인 때문이었다. 당시 비속어 논란과 편파 인사 논란 등으로 인한 자질, 무능, 독단 시비 등 윤 대통령의 개인 문제가 하락 요인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공학적인 외부 요인보다 정치심리학적인 내부 요인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를 쏴대고 서울에 경계경보가 내려져도 하루 만에 조용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6월1일, 윤 대통령을 향해 “다시 야만의 시대, 폭력의 시대가 왔다”고 외쳐도 민심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장장 1년 동안의 사법 리스크에도 이재명 대표는 여야 통틀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고, 김남국 의원이 ‘총제적 남국’ 상황을 야기하며 질타를 받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2% 올랐다.

과거에는 휴전선 근처에서 작은 사고가 터지거나 하나회 척결, 성수대교 붕괴, ‘반미면 어때?’ 광우병 파동,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사건·사고와 돌발 변수가 터질 때마다 국정 지지율이 널뛰듯 요동쳤다. 요즘은 대형 악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도 큰 변화가 없다. 무려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민심이 변했고, 여론조사에 영향을 주는 것도 ‘상황 변수’가 아니라 이제 ‘사람 변수’ 즉, ‘심리 변수’가 된 것이다.

요즘 민심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은 여전히 관망 중이라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여야가 1년 넘도록 강대강으로 정면 충돌해 왔는데도 지지율에 별 차이가 없다. 지난해 10월7일자 갤럽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9%였을 때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3%, 민주당 지지율은 32%였고, 무당층은 30%였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30%대 초반으로 비슷하고 무당층도 30%에 달하기 때문에 내년 4월 총선 때는 제3지대 신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며칠 전에 나왔다. 그동안 수많은 정치적 이슈가 터졌는데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여야 정당 지지도가 비슷한 것은 중도층의 중립적 태도 때문이다.

 

레이건 “쉬운 답은 없지만 간단한 답은 있어”

윤 대통령은 ‘민심의 3-3-4 구도’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보수의 3(30%)은 무조건 여권을 지지하고, 진보의 3(30%)은 무조건 야권을 지지한다. 문제는 나머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4(40%)의 중도층이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만이 지지율 50% 돌파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중도층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야권의 투쟁과 여권의 분열이다. 중도층은 야당의 강경투쟁도 싫어하지만, 여권의 내부 분열은 더더욱 싫어한다. 윤석열-이준석의 갈등, 친윤과 반윤의 갈등 때도 여론조사가 크게 하락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뚝 떨어진다면, 내부 분열 때문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말에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친문 세력과 운동권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폐쇄적인 것이 탈이었다.

위기 때마다 오히려 여유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정 지지율을 반등시켰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쉬운 답은 없지만 간단한 답은 있다”면서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윤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윤 대통령이 24시간 민생경제에 몰두하면서 자질과 역량을 보여준다면, 지지율 50%의 벽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중 평균 지지율은 의외로 높지 않다. 열성 지지층이 총동원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52.6%로 1위였지만, 2위는 김대중 42.9%, 3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 41.9%였다. 윤 대통령은 ‘간단한 답’을 용기 있게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br>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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