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린 정유정 “제정신 아니었다…피해자·유족에 죄송”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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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송치되며 모자·마스크로 얼굴 가린 채 고개 숙여
정유정 “피해자와 유족에 정말 죄송…조사 성실히 임할 것”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에서 과외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세)이 검찰에 넘겨졌다.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는 2일 오전 정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9시5분께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정유정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나 살인 충동을 갖게 된 시점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정유정의 신상을 공개했다. 

고교 졸업 후 5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20대 피해자 B씨 집에서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유정은 범행 이틀 전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에게 자신을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뒤 거주지 주소를 알아냈다. 정유정은 피해자에게 '아이를 보내겠다'고 한 뒤 중고거래 앱에서 산 교복을 착용하고 주소지를 찾아 갔다. 정유정은 피해자와 잠깐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정유정은 범행 이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을 가져온 뒤 훼손한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유기했다.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것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유정의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이튿 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6시께 정유정을 긴급체포 했다. 정유정이 유기하지 않은 피해자의 시신 일부도 피해자 집 내부에서 발견했다.

정유정은 긴급체포 이후 'B씨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경찰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계획 범행임을 자백했다.

평소 정유정은 인터넷과 방송으로 범죄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했고, 최근 살인 충동을 느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 휴대폰 등을 포렌식 한 결과 범행 3개월 전부터 '살인', '시체 없는 살인 사건' 등을 집중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다수 대여한 점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까지 직장이 없다"며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유정에 대한 사이코패스 여부 등을 검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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