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여론전 수위 올리는 野…차단 나선 대통령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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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오염수 투기, 韓 영토주권 침해하는 패악”
이관섭 “화장실 물 마셔서 죽진 않지만 마시진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영남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오는 7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여론전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산을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패악”이라며 비판했다.

3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가와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챙기고 보장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정치가 국민의 걱정이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린다”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문제는 사실 어떤 해악을 끼칠지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과 공직자들이 나서 일본의 투기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국민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몸 담은 한 사람으로서 성찰하고 앞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대한민국의 청정한 바다를 지키는 일, 우리 국민들의 생계와 경제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현장 어려움을 직접 듣고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주간 후쿠시마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의 메시지를 35번이나 내며 반대 여론전을 이끌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민주당이 부풀리고 조작해내는 오염수 괴담에 국민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뇌숭숭 구멍탁’이라는 쇠고기 괴담을 조작했던 세력들이 다시 발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대통령실도 합세하는 모양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연합뉴스

이관섭 수석 “오염수 삼중수소, 기준치 이하” 野 “대국민 기만”

지난 2일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자로 나선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 수석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핵종이 걸러지는데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아 희석해서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시는 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L당 1만베크렐(㏃)이고 그 이하면 마셔도 된다는 건데 일본이 배출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L당 1천500베크렐(㏃)”이라며 “식용 물 기준치 이하로 배출한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삼중수소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적 과학적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전하면 마셔보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선 “‘너 마시라’고 하는데 화장실 물을 마셔서 죽기야 하겠냐마는 그렇다고 마시지는 않지 않으냐”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수석 발언에 대해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3일 국회 브리핑을 갖고 “이 수석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화장실 물을 마신다고 죽지는 않지만 마시지는 않는다’고 망언했다”며 “우리 바다가 화장실 물이 되는 것은 괜찮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감추려는 ‘왕수석’의 궤변은 정말 뻔뻔하다”며 “오염수를 화장실 물에 비유하며 방사능의 위험성을 감추려는 대국민 기만”이라고 몰아세웠다.

오염수 방류를 놓고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9~2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RS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 ±3.1%p다.

조사 결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응답자 85.4%가 반대했다. 찬성은 10.8%였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는 79.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수산물 소비 의향’을 묻는 문항에는 72.0%가 ‘줄어들 것’으로, 11.6%가 ‘늘어날 것’으로 대답했다.

한국 국민의 반대 속에서도 방류를 계획하고 있는 일본에 힘을 싣는 결과가 최근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1일 오염수 관련 중간보고서를 통해 “도쿄전력은 오염수 샘플 측정 및 관련 기술적 역량에서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입증했다”며 “샘플을 수집하는 절차에서도 적절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교차 분석에서도 삼중수소 이외 추가적인 방사성 핵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정화시키고 있다는 일본 측의 주장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관련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처리된(Treated) 오염수’에 대해 IAEA가 안전성을 담보하는 의견을 낼 경우, 일본은 즉각 방류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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