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3년간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비리 1865건, 부정사용 314억 적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4 16: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개 부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 일제 감사 결과
비위 수위 심각한 86건,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등 조치
내년도 보조금 올해 대비 5000억 이상 감축 예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은 1만2133개의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1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된 부정 사용금액은 314억원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 강력 조치는 물론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을 5000억원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4일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 일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9조9000억원) 중 1만22133개 민간단체의 6158개 사업에 지급된 6조8000억 규모다. 이 수석은 “이번 감사결과 1869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으며, 사업 규모는 1조1000억원, 부정 사용금액은 314억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부정·비리 유형은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이었다.

대표적 사례로 A통일운동단체는 ‘묻혀 있는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26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정부 감사 결과 ‘윤석열 정권 취임 100일 국정 난맥 진단과 처방’ 같은 제목의 정치적 강의를 편성하고 강의엔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원고 작성자도 아닌데도 지급 한도를 3배 가까이 초과해 원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이산가족교류 촉진 지원사업을 내세운 사단법인 B협회는 24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전·현직 임원 가족의 휴대폰 구입비, 임원이 운영하는 사기업체의 임차비로 활용했다. 이 협회의 임직원은 2020년과 2021년 통일분야 가족단체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돈을 보조받았다. 이 돈 가운데 541만원은 541만원은 임원의 휴대폰 구입비, 미납통신비 및 협회장 가족의 휴대폰 요금으로 사용했다. 협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의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로는 1500만원을 썼다.

C연합회는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180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유흥업소 등에 사용했다. 주말이나 심야 사용도 적발됐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조금 예산 구조조정 돌입…“제로베이스에서 검토”

정부는 부정 사용한 국고보조금은 전액, 또는 일부 환수키로 했다. 아울러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 사용과 비리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보조금 단체 및 실제 예산을 집행한 위탁·재위탁 하위 단체들의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 ‘e나라도움’ 등록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 확대 도입을 통한 지자체 보조금 관리 전산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한 분기별 집행 상황 점검 △보조금 부정 비리 포상제 실시 등이다.

아울러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돌입한다.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 편성, 선심성 사업 등은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해 당장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부터 올해 대비 5000억원 이상(현행 30%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 수석은 “이번에 적발된 사업이나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사업에 대해선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강력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보조금 구조조정을 윤석열 정부 내내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사와 제도개선이 자율성과 투명성을 근간으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단체 설립 취지에 맞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