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래경 혁신위’ 온도차…親明 “객관성 보증” vs 非明 “제대로 뽑아라”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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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이래경, 이재명과 친분 없고 국민 대변”…권칠승 “혁신 잘 해낼 것”
이상민 “오히려 이재명 체제 위기 증폭시킬 것”…홍영표 “내정 철회하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이 당 쇄신을 위해 만든 혁신위원회를 두고 또 내홍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친명(친이재명)’ 인사로 분류되는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되면서다. 친명계에선 이 이사장이 원외 인사인 만큼 ‘객관성이 담보되고 민심을 대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뽑았다’며 당 쇄신이 무산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5일 이래경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임명을 두고 지도부 일각과 친명계 측에선 화답하는 분위기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래경 이사장은 정치권이 아닌 외부인사이고 어디에 치우친 분이 아니라 객관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이사장이 ‘이재명 대표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은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하셨던 일”이라며 “실제로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이고 이 대표도 당시 사건으로 고초를 많이 겪었었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이 이사장 간 친분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일축했다. 그는 “(두 사람 간)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지도부)도 잘 몰랐고 그분(이래경 이사장)도 그렇고 서로 잘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분은 아닌 것 같다”며 “이 대표님께서 어떤 분에게 추천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못 들었다”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이사장은 성공한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 등을 놓치지 않고 수십 년간 꾸준히 공동체를 위해 활동해온 분”이라며 “잘 해낼 거라 믿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꾸준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 정당의 방향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정확히 아는 분”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 지역구인 민주당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래경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에 선임된 것은 당이 제대로 선택한 것”이라며 “이 이사장이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각종 논란을 터뜨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선봉장에 서서 직격해왔다. 이 같은 모습이 민주당의 단일대오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다만 비명계에선 정반대의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의 소신파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이래경 이사장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혁신위가 오히려 이재명 체제 위기를 더 증폭시킬 것”이라며 “‘혁신위를 혁신’하는 위원회가 또 필요할 것 같다”고 쓴 소리를 날렸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위원장 추천·내정 과정에 대해서도 직접 밝히라”고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당 혁신위를 두는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이 내정이 됐다는 것은 무슨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더 결함을 증폭시키고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내 누가 그 사람(이래경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라고 그랬나, 제대로 된 사람을 (선택)하라고 그랬지”라고 비판했다.

또 이 의원은 이래경 이사장이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원외 인사가 한둘이냐”라며 “그들(친명계)은 자꾸 억지 주장을 하는 습관들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어떻게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할 수 있겠나. 더 의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해봤자, 결국 자기 말 듣는 사람한테 칼을 쥐어주고 그러면 이재명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할 것 아니냐”며 “결국은 전권을 위임한다는 취지가 다 무색해지는 그런 허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명계 일각에선 혁신위원장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안을 만드는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은 원외 인사가 중립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당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는 취지”라며 “절대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중립성, 민주성, 통합조정능력을 가진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과거 박재승,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기대와 역할을 되돌아보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 기구 수장으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다. 이 이사장은 운동권 출신 사업가로, 진보 원로 인사 중 ‘친명계’로 분류된다. 그는 2019년 이 대표가 친형의 강제진단 사건 관련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처음 제안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다만 이 이사장은 자신의 정치 색채를 드러내며 윤석열 대통령 등을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와 정치권에서 역풍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 이사장은 SNS를 통해 ‘천안함 자폭’, ‘코로나는 미국발’ 등 음모론 옹호와 반미 성향, 러우 전쟁 관련 러시아 두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을 향해 ‘윤가’라고 지칭하며 쓴 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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