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만 이득인 ‘자사주 마법’ 막을 수 있을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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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경영권 방어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악용”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 균형 있게 고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는 현행 자사주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연구원이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동 주최한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되,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는 점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당초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국내에서도 지난 1992년부터 상장사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인적분할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자사주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상법에서 자사주는 의결권과 같은 대부분의 주주권이 제한되고 있지만 인적분할을 할 경우 법령과 판례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대주주는 자본 출연 없이 자사주 신주 배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자사주 맞교환’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위원장은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우호적인 기업과 맞교환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해 일반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고 건전한 경영권 경쟁도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반면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현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상장법인의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해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자사주 강제소각 또는 보유 한도 설정 △자기주식 처분 시 신주발행 규정 준용 △자사주 맞교환 금지 △합병·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시가총액 계산 시 자사주 제외 △자사주 관련 공시 강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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