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한동훈은?”…檢 맹폭한 송영길, ‘여론전’ 맞불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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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셀프 출석했지만 檢 거부로 면담·조사 또 불발
수사 공정성·형평성 지적하며 “역사가 심판할 것”
송영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지만, 2차 면담 시도마저 불발되자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송영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6월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지만, 2차 면담 시도마저 불발되자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검찰을 맹비난하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송 전 대표는 2차 '셀프 출석' 시도까지 가로막히자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직격탄을 날렸다. 

송 전 대표는 7일 오전 9시23분께 변호인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가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 수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출석 관련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출입을 불허했고, 결국 송 전 대표는 2분 만에 발길을 돌려 나왔다.

지난달 2일 1차 출석을 시도했던 송 전 대표는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조사가 불발되자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6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6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에 서면 질문도 못해…고양이 앞에 쥐"

송 전 대표는 2차 출석 무산 직후 청사 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4용지 10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 수사가 공정성을 상실했으며, 야당을 겨냥한 부당 탄압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 거론했다. 

송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 등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녹취록과 이정근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녹취록, 무엇이 중요한가"라며 형평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돈봉투 의혹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맡고 있다. 

그는 "이정근 녹취록을 가지고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셔놓은 듯 요란하게 수사하고 국회의원 2명(윤관석·이성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런 검찰이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커녕 서면 질문도 못 하고 있다. 고양이 앞에 쥐 같은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부 때도 하지 않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 하의 검찰은 노골적으로 야당만 공격하는 고려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6월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되돌아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 불발 뒤 검찰청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6월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되돌아가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 불발 뒤 검찰청 앞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 연합뉴스

"이원석 패거리 찬스로 총장…한동훈도 범죄행위"

송 전 대표는 2017년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도 거론했다. 그는 "이원석 검찰총장 본인은 특수활동비로 돈봉투를 나눠 받았던 검사 중 한 사람이었다"며 "사실상 횡령, 뇌물죄로 다스려야 할 사안인데 이 사건으로 제대로 처벌받은 검사가 없고 이원석 검사는 윤석열, 한동훈 특수부 검사 출신 패거리 찬스로 검찰총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동훈 장관이 자신의 인사청문회 기록으로 MBC 기자와 최강욱 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자기는 실시간으로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을 언론에 누설하고 있다"며 "범죄행위"라고 단언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은 비겁하게 제 주변 사람들을 불러 억지로 진술을 강요하고, 민주당을 이간질하고 국회의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저를 소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해보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검찰이 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두 번째 자진 출석을 감행한 데 대해 송 전 대표는 "검찰은 매일 실시간 언론플레이를 하는데 저 송영길은 어디서 반론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후 교체한 새 휴대폰을 검찰에 임의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프랑스 학교에서 제공한 유심으로 프랑스 폰을 쓴 것이고, 귀국 후 폰을 새로 사 일주일동안 쓴 것"이라며 이른바 '깡통폰' 제출과 증거인멸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만약 (새 폰 제출이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면) 한 장관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송 전 대표는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공정과 상식을 잃은 검찰, 선택적 수사 하지 말고 주가조작 녹취록 김건희도 소환조사하라', '무고한 사람들 그만 괴롭히고 검찰은 송영길을 소환하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송 전 대표는 거듭 검찰에 조속한 소환조사를 압박하며 여론전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조사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현재 검찰은 돈봉투 '수수자'를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녹취파일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전당대회가 임박한 2021년 4월28∼29일 이틀간 윤관석 의원이 국회 본청에 있는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최대 20명의 현역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국회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돈봉투를 수수한 현역 의원 규모를 '20명'으로 좁힌 검찰은 국회 사무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동선과 기록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은 수수자에 대한 수사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모든 것은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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