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 숨던 애” 정유정, 사이코패스 지수 강호순보다 높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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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사이코패스 점수 28점…연쇄살인마 강호순 27점
고교 동창들 “친구 없이 혼자 다니고 인사도 잘 안 받아”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처음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잔혹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세)의 사이코패스 지수가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직전까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던 정유정은 학창시절 커튼 뒤로 몸을 숨기고 교실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는 동창들의 증언도 나왔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최근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28점대를 기록했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27점이 나온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1점 높다. 강호순은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9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경찰이 실시하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조사 대상자의 죄책감, 후회, 공감 부족, 충동성, 냉담함, 무책임성 등을 평가한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역대 국내 강력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 25점 등이다.

부산 20대 또래 여성 살인 피의자 정유정 ⓒ연합뉴스
부산 20대 또래 여성 살인 피의자 정유정 ⓒ연합뉴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께 과외를 받으려는 중학생인 것처럼 교복을 입고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시신을 캐리어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이동, 낙동강 인근 숲속에 유기했다. 당시 정유정을 태운 택시기사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신고해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정유정이 긴급체포되지 않았다면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정유정이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한 데다 과외 앱을 활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 시신 유기를 전후해 태연하게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모습 등에 비춰볼 때 또 다른 범죄를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 간 공무원 시험 등 취업을 준비했다. 범행 석 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살인',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을 집중 검색했고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도 대여했다. 그는 평소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즐겨보면서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 휴대폰에 저장된 친구 등 지인 연락처가 전무하고 이웃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오랫동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 학창시절에도 정유정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MBN 보도에 따르면, 정유정의 고교 동창생들은 그를 "커튼 뒤에 항상 가 있고 간식 먹을 때도 커튼 뒤에서 혼자 먹고" "말 없고, 혼자 다니고, 존재감 없는 애" "인사 해도 받아주지 않고 대답도 잘 안 하던 친구"라고 설명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정유정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오는 11일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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