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가담자 43%가 공인중개사…임대인·건축주보다 많아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6.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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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61%, 2030 세대…의심 거래 보증금 총 2445억원 규모
원희룡 “AI·분석기법 활용, 전세사기 위험 감지 시스템 마련할 것”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22건을 포착해 관여자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의심 거래를 추출해 조사한 결과 관여자 10명 중 4명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범정부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22건을 포착해 관여자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2020∼2022년 거래 신고된 빌라·오피스텔·저가 아파트 중 전세사기 정황이 나타난 거래 2091건과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 사례를 추려 점검한 결과다. 

국토부가 수사의뢰한 전세사기 의심 거래 관여자 970명 중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 414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임대인은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 업자는 72명(7.4%)이었다. 

수사의뢰 건 중엔 공인중개사가 자신의 신분을 활용해 '업(UP)계약서'를 쓰도록 유도하고 전세보증금을 높인 사례가 있었다. '업계약서'는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해보려는 임차인 등에 대항하기 위해 실제 매매 금액보다 높은 매맷값을 계약서에 쓰는 것을 말한다.

A 중개사무소(부동산컨설팅사)는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30대에게 접근해 팔아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인 1억7500만원보다 더 높은 2억원에 '업계약서'를 쓸 것을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임차인을 유인해 '업계약서' 상 매매 금액인 2억원의 보증금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 계약 체결 후엔 주택 매수인을 소개해 매매대금 1억7500만원을 치르고 계약서와 대금 차이인 2500만원을 수수료로 챙겨갔다가 적발됐다. 

분양·컨설팅 업자가 건축주와 공모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에 빌라를 지은 건축주 B씨는 분양 컨설팅업자 C씨에게 시세보다 보증금을 높게 받아 전세계약을 맺으면 일정 수수료를 주기로 했다. C씨는 이사지원금을 주겠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B씨와 전세계약을 맺도록 했다. 이후 이들은 속칭 '바지 임대인' D씨에게 건물을 통째로 넘긴 뒤 잠적했고, 임차인들은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됐을 때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게 됐다.

국토부가 파악한 의심 거래의 보증금 규모는 총 2445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1억8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강서구의 보증금 피해가 833억원(337건)으로 가장 컸으며 전체 피해액의 34%를 차지했다. 경기 화성(238억원), 인천 부평(211억원), 인천 미추홀(205억원), 서울 양천(167억원)이 뒤를 이었다. 

수사의뢰된 거래와 관련해 전세피해지원센터에 피해 상담을 요청한 임차인은 모두 588명이었다. 이 중 20대가 14.7%(82명), 30대는 46.6%(260명)로 20~30대 청년층이 61.3%를 차지했다.

국토부는 하반기 중 전세사기 의심 거래 분석 대상을 4만건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인공지능(AI) 및 사회 연결망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의 연결 고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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