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만 몇 개야”…與野의 공격적 ‘특위 정치’ 속내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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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전세사기·코인논란’ 등 이슈마다 특위·TF 띄워…총 34개
상대 공격 통한 ‘지지층 결집’ 의도…급조 논란에 주제 겹치기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부터 ‘코인 논란’까지, 여야 모두 ‘쟁점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특별위원회(특위)나 태스크포스(TF)를 공격적으로 출범시키고 있다. 여야가 ‘김기현-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띄운 특위·TF만 총 34개에 달한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이슈 선점을 통해 총선 직전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특위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는 가운데 정작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특위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당내 특위·TF를 총 8개 구성했다. 집권여당임에도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입법 추진이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고 민생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특위는 ▲민생119 ▲노동개혁 ▲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단체 선진화 등 총 4개다. 또 ▲전세사기 피해 대책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김남국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등 4개의 TF도 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3배나 더 많은 26개의 특위·TF를 가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 ▲과학기술혁신특위 ▲대일굴욕외교대책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전세사기대책특위 등이 존재한다. 여기에 TF도 매번 이슈마다 꾸려졌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의혹 진상조사TF ▲김기현 의원의 땅투기 및 토착·토건 비리 의혹 진상조사TF ▲정순신 인사 참사 진상조사TF 등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월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과’는 실종?…‘네 탓 공방’에 ‘이념 편향’ 논란도

여야가 이슈마다 특위를 띄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야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각 현안이나 문제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민생 문제는 오래 방치해선 안 된다”며 “지도부 입장에선 당내 의견을 일일이 모으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특위를 구성해야 일을 맡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도 지난 3월20일 첫 특위인 민생119 출범에 앞서 “보여주기 행보가 아니라 구체적 성과로 만들어내는 특위로 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총선 직전 상대 정당 공세를 통한 ‘지지층 결집’을 여야의 속내로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특위는)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위한 ‘총선 직전 전진기지’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각 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지금 대화가 안 되고 정치가 실종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대 약점을 잡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자료를 모을 수 있는 당내 시스템으로는 특위만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문제점을 계속 노출시키면서 여론 비판을 받게 한다면, 결국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큰 목적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일부 특위는 노골적으로 반대 진영과의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지적도 받는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의 1호 특위로 거론됐던 ‘종북세력 척결특위’의 경우는 ‘이념 편향’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결국 해당 특위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극우 망언’ 논란이 불거지며 무산됐다. 최근 신설된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도 초장부터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압박 타깃으로 삼아, 일각에선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도 구체적인 해법 없이 정부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일부 특위를 출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직후 나온 대일굴욕외교대책위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규탄하면서 가동된 해양수산특위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그나마 공감대를 이룬 ‘전세사기 피해대책’도 사실상 방치돼 있다. 각 당의 특위와 TF가 대책 마련 대신 ‘네 탓 공방전’만 벌이면서다. 국민의힘은 TF를 통해 전세사기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었다고 중점적으로 비판하기 바빴다. 반면 민주당은 특위를 통해 정부여당이 야당의 요구안을 묵살하고 ‘엉성한 대처’만 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에 책임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협치를 이루지 못해 전세사기 대책 마련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특위가 우후죽순 생긴 탓에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특위 간 주제가 겹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민주당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규탄 활동이 대표적이다. 해당 이슈는 앞서 민주당내 해양수산 특별위에서 규탄한 바 있는데, 최근 출범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대책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 경우 하나의 대응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선이 생길 우려도 나온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급조됐다’는 지적을 받은 특위도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내세웠던 민생119의 경우는 위원장인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이라는 설익은 대책으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해당 특위는 출범 후에도 약 3주간 실무진조차 구성되지 못한 바 있다.

이처럼 협치나 구체적 성과도 없이 당내 특위만 늘려가는 정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박상병 평론가는 “실효성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효과가 없어도 그냥 해체하면 되니까 부담은 줄이면서 당내 전선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정치권이 쉽게 보는 것 같다”며 “최소 내년 총선까지는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특위들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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