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숙원’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에 청신호 켜지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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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의과대학 없는 유일 지역
김영록 전남지사, 정부에 국립의과대학 신설 요청
국립의대 신설 3년째 공회전…복지부장관 “긍정 검토”

전남도민들의 30년 숙원인 국립의과대학이 전남 도내에 설립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라남도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다. 이로 인해 양질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역민의 염원에도 국립의대 신설은 3년째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특히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이 현 정부 국정과제에 빠진 데 이어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도 담기지 못하면서 무산 우려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국립의대 신설을 요청하고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하면서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보건복지부 소관 전남 주요 현안사항에 대해 건의를 하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보건복지부 소관 전남 주요 현안사항에 대해 건의를 하고 있다. ⓒ전남도

‘의대 없는’ 전남…복지부 찾은 김영록 “국립의대 설립 절실”

김영록 전남지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전남 도내에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요청했다. 

김 지사는 “전남은 섬 등 의료 취약지역이 많고, 초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해 의료수요가 높은 데 반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지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고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주민 고충을 토로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필수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성이 담보된 지역 맞춤형 국립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증원’ 논의 시 ‘의대 없는 지역인 전남에 의대 신설’을 반드시 반영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전남의 어려운 의료현실에 공감을 표하면서 “지역의사제 등을 포함한 국립의과대학 신설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5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전남 의과대학 신설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김회재 의원실​
전남지역 소속 국회의원들이 5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남 의대·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회재 의원실​

전남권 의대 신설 3년째 ‘헛바뀌’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당시 의사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기존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겠다며 사실상 ‘전남권 의대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한 파업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관련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정부 간 협의기구인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자며 뒤로 미뤘다. 하지만 코로나19 안정화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공회전만 반복했다.

윤 정부 출범 당시에도 전남도는 전남권 의대 설립 필요성을 꾸준히 건의해왔다. 하지만, 윤 정부 국정과제에선 ‘필수 의료 기반 강화’라는 여지만 남겨둔 채 반영하지 않았다. 이후 발표된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도 공공의대 설립 논의는 끝내 담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사업 추진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역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입장을 밝힌 의대 분원 설립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재경 광주·전남 향우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남대 의대 분원을 여러 곳에 만들고 병원을 확충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재정을 투자해 병원을 여러 곳에 만들고 전남대 의대가 그 병원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의료계와 잘 조정하겠다”며 의대 신설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입장을 보였다.

 

전남정치권 한목소리 “신설 약속이행 촉구”

이처럼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전남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다.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전남 의과대학 신설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의대 신설’ 이 아닌 ‘기존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들은 “기존 의대 정원을 소규모로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 필수 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할 수 없고, 사실상 의료공백 지역을 방치하는 것이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 신설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마다 전남도민 70여만명이 타 시도 병원에 원정 진료를 떠나고, 이로 인한 의료비 유출도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이들 의원들의 주장이다. 

전남 정치권에선 김원이, 김승남, 소병철, 김회재 국회의원 등이 전남권 의대 설립을 요구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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