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거액 정치자금 후원 의혹…총선 앞둔 몬테네그로 정치권 ‘발칵’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6.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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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차기 총리 후보인 야당 총수에 정치자금 건넸다”
당사자 지목 야당 총수 “자금 수수 의혹 사실무근”
몬테네그로에서 구금 중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8일(현지 시각) 불거졌다. ⓒ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몬테네그로에서 구금 중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8일(현지 시각) 불거졌다. ⓒ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몬테네그로에서 구금 중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오는 11일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몬테네그로 정치권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8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최대 일간지인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씨가 그에게 자필로 보낸 편지의 내용을 공개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씨 자신이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 인연을 맺었고, 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한 사실을 고백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아바조비치 총리 외에도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 특별 검사실 등 정부 고위층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씨와 스파이치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며, 특별 검사실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같은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올해 4월 대선에서는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정당은 오는 11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야당 대표가 권씨와 특별한 관계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형 정치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설립 초창기인 2018년 초 자신과 자신이 몸담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씨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알렸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 장관을 지낸 스파이치 대표는 그동안 가상 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블록체인 산업이 3년 이내에 몬테네그로 경제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며, 권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씨를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당시는 권도형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때이다. 우리는 두 사람이 베오그라드의 어디 곳에서 만났는지, 거리명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가상 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며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기 전, 인접한 세르비아에서 머물렀다. 앞서 독일의 한 언론은 권씨 일당이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몬테네그로 국가안보위원회는 전날 특별 검사실에 권씨와 몬테네그로 정당 간의 관계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후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방지국에 알려야 한다.

권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 재판에서는 애초 권씨의 보석을 둘러싼 공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치 자금 후원 의혹이 법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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