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초치엔 맞불초치”…급랭 중인 韓·中 관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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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의 싱하이밍 주한대사 초치에…中도 정재호 주중대사 불러 항의
‘尹 대만 발언’ 이후 두 번째 초치공방…‘대화 실종’ 외교에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한·중관계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강압적 언사를 내뱉으면서다. 이에 한국 외교부가 먼저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자, 중국 외교부도 ‘맞불’ 격으로 정재호 주중대사를 초치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능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0일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40~50분간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 당시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한국 측이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 대사는 나흘간의 닝샤회족자치구 출장을 막 마치고 베이징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중국 측에선 ‘초치’ 대신 ‘당초 약속된 회동(웨젠·約見)’ 형식이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상 한국의 싱 대사 초치에 대한 ‘맞불 초치’의 성격으로 비친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와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비외교적 언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외교 노선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냈다. 이에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은 9일 싱 대사를 불러 문제 발언에 대해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며 항의했다.

한·중 양국의 ‘맞불 항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쟁점에 대해 거론했을 때도 양국은 치열한 외교 공방을 벌였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월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자국 문제에 말참견했다”며 비외교적 언사로 반발했다. 이에 장호진 외교차관이 같은 날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자,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곧바로 정 한국대사에게 전화로 항의한 바 있다.

또 5월엔 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중국 매체의 비난 보도를 두고도 양국이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를 통해 그 평가를 입증됐다”고 직격했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환구시보에 항의서한을 보내자, 환구시보도 사설로 맞대응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한·중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냉전(한·미·일-북·중·러)’ 국제 정세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도 한·미·일 공조 강화로 외교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중국도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 한국을 본격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의 감정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양국은 올해 정상 간 상호 왕래를 통한 대화는 없이 ‘일방적 통보’ 외교만 전개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5월22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미·일 일변도 외교를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중국·러시아를 버리고 있다”며 “이러면 우리 경제는 서민 경제는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라도 나서서 중국·러시아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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