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中에 복제 시도한 전직 임원 구속기소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6.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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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BED 등 빼돌린 전 삼성전자 상무 포함 7명 재판행
청두 공장 시제품 생산 돌입…최소 3000억원 이상 피해 예상
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0월까지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해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65)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 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복사해 중국에 지으려다 발각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65)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A씨가 세운 중국 반도체 제조사의 직원 5명과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 기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 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을 비롯한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해당 기밀 사항은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 공정 기술로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다.

A씨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 복사판인 또 다른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대만의 한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A씨에게 약정한 8조원 투자가 무산되면서 공장이 실제로 건설되지는 않았다.

다만 A씨가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 받아 설립한 반도체 제조 공장이 지난해 연구·개발(R&D)동을 완공,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권위자로 손꼽혔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한 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인력 약 200명을 고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씨는 일부 직원에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 자료 등을 입수해 활용하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은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 건설하려 한 시도를 엄단했다"며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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