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난 조국’, 총선 출마 결심? 野에 ‘악재’일까 ‘기회’일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5: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내 반응 갈려…“정치탄압 맞서야” vs “당 위기인데 2030 또 이탈”
차게 식은 민심 변수…국민 54%는 조국 총선 출마에 ‘반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된 상황에서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코너에 몰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양산 평산책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후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조국 등판’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악재일까, 호재일까. 당내 시각은 둘로 갈린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독재’에 맞서 ‘검찰개혁’ 선봉장이었던 조 전 장관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론 ‘조국의 강’이 재현되면 총선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을 찾아 책방지기로 봉사했다. ⓒ페이스북 캡처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을 찾아 책방지기로 봉사했다. ⓒ페이스북 캡처본

‘북콘서트’에 ‘文 회동’까지…출마 가능성 연 조국

조 전 장관은 지난 4월19일부터 북콘서트를 연이어 가지며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의 당사자인 딸 조민씨까지 대동해 정치현안이나 미래 의제에 대한 대담도 나눴다. 특히 그는 북콘서트 현장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부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지지자들도 ‘출마’를 외치며 그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 회동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10일 문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며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공유했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해당 글에서 “2019년 8월9일 검찰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며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野 내부서도 우려…“‘조국의 강’ 또 빠질라”

정치권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의 이 같은 행보와 메시지가 ‘정치활동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이 같은 결정이 당의 ‘호재’일지 ‘악재’일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야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에 맞서 ‘검찰개혁’을 주도한 조 전 장관이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지층 결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과 함께다. 이 같은 여론은 처럼회를 비롯한 민주당 일부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처럼회 소속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정치탄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호남 등에 출마하면 지지 당원들은 화답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선 계파를 막론하고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아직 ‘조국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재판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총선 출마를 띄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 ‘돈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 그리고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천안함 막말’ 파문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다시 이슈로 부각될 경우 민주당의 위기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안 그래도 민주당의 2030 민심이 이탈하는 중인데, 당내 청년 민심을 가장 돌아서게 한 장본인이 나오면 청년들이 더 돌아서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당내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5월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희한테 내로남불 딱지가 딱 달라붙은 게 ‘조국 사태’ 때 아니냐”며 “저희가 ‘조국의 강’을 확실하게 건넜는가. 아직도 못 건너고 언저리에서 헤매고 있는데 지금 강으로 풍덩 빠지자는 이야기다. 제가 보기에는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다음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고 야당 심판으로 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국민들도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5월15~16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국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과반인 54.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도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반대하는 응답이 많았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의 응답률은 2.9%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