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금리 ‘카드 실적’ 내세운 은행만 8곳…논란의 청년도약계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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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0.5~1.0%p 우대금리 받으려면 카드값 1000만원 이상 써야
6%대 이자 달성은 언감생심? “만기 5년인데 조건은 까다로워”
당국 “기본금리 높여라” 압박 속 은행 “금리 떨어지면 역마진”
12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왼쪽 세번째부터)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시중은행 대표들이 서명한 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에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왼쪽 세번째부터)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시중은행 대표들이 서명한 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5년 동안 매달 70만원씩 넣으면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1차 사전금리가 공개됐다. 하지만 기본금리가 3.5% 수준인데다 연 6%대의 최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최종금리 공시일을 늦추며 은행권 설득에 나섰다.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이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청년도약계좌가 오는 15일부터 가입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청년도약계좌의 금리 수준이 확정되지 않았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이날 공개 예정이었던 청년도약계좌의 최종금리 공시가 오는 14일로 연기됐다. 앞서 공시된 청년도약계좌 1차 사전금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1차로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 등 11개 은행의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연 5.5~6.5%로 나타났다. 기본금리에 우대금리 및 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공시 이후 시중은행 적금 수준과 크게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IBK기업은행(4.5%)을 제외하면 기본금리가 3.5%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적금 기본금리는 3~4%대 수준이다.

 

“5000만원 모으려면 카드값 1000만원 써야할 판”

청년층을 유인할 조건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 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장기간 급여 이체 및 자동 납부 △주택 청약 가입 △마케팅 정보 제공 동의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해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카드 사용 실적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게시한 청년도약계좌 금리 조건에 따르면, 11개 은행 가운데 우대금리 조건에 카드 사용 실적을 내건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8곳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36회 이상(만기 전전월 말 기준) 하나카드 결제 실적이 있어야 0.6%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3년간 최소 1080만원을 써야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의 경우 가입기간의 절반 이상 월 30만원 이상 우리카드 결제 실적을 보유할 경우 연 1.0%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한다. 30개월 동안 월 30만원 이상, 즉 최소 900만원 이상 카드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은행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NH농협의 경우 가입월부터 만기 전전월 말까지 월평균 20만원 이상의 카드 실적이 있어야 0.5%포인트를 제공한다. BNK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은 가입 기간 동안 카드 이용액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 각각 0.5%포인트, 0.8%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운영 사전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도약계좌 운영 사전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공헌활동 점수 더 주겠다”…당근책에 은행권 반응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층에서는 “만기도 5년이라 가입이 꺼려지는 데 우대금리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여 이체, 자동 이체, 카드 이용 실적 등의 연 6% 금리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아서다. 5년 후 5000만원을 받기 위해선 월 70만원 납입에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은행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보다 시장금리가 떨어질 경우 각 은행들이 수천억원씩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지만 정부 취지에 호응하고자 협조한 것인데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청년도약계좌의 은행 이자는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향후 3년 안에 시장금리가 떨어질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역마진을 볼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정책 금융상품 흥행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자 정부는 은행권 설득에 나섰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대신 기본금리를 높이는 방향이다. 이런 이유로 당초 12일 발표하기론 했던 최종금리 공시도 상품 출시 전날인 오는 14일로 연기했다. 다만 자칫 은행권 압박을 비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당근책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공공성 지표인 사회공헌활동에 취급은행의 협조 수준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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