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피해 보상 부족”…공정위,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6.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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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000억원 피해 주장…美 퀄컴도 삼성 지원사격
브로드컴 측 “삼성, 상호 이익 위해 자발적 장기계약 맺어”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 Inc 등 4개 사(이하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에 대한 '갑질'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이 기각됐다.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의의결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 Inc 등 4개 사(이하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정식 심사로 전환되고, 과징금 등 제재 의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스마트폰 부품을 3년간 연간 7억6000만 달러 이상 자사로부터 구매하는 장기계약(LTA)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으나, 같은 해 7월 브로드컴의 신청에 따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동의의결안에는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 조성,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해 3년간 품질보증·기술지원 제공, 부품 공급계약 강제 및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브로드컴이 공정위 심사관과 협의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이를 기각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안에 담긴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유일한 거래 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며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동의의결안의 시정 방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 대리인은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이 강요한 LTA로 인해 삼성전자가 2억8754만 달러(약 3653억원)의 추가 비용과 3876만 달러(492억원) 상당의 과잉 재고를 떠안았다며, 동의의결안에 금전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신고인인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참석해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를 위협해 퀄컴 부품 사용을 막고 경쟁을 제한했다며 동의의결안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브로드컴 측 대리인은 심의 과정에서 삼성과의 장기계약은 상호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맺은 계약이며, 브로드컴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량 예측 실패와 판매 부진의 책임을 브로드컴과의 장기계약 탓으로 전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개시 신청을 기각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개시 결정 이후 협의가 끝난 동의의결안을 기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공정위는 향후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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