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성군, ‘백양사 군 공유지 40년 방치’…또 다른 ‘혈세낭비’ 논란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3 15: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자립 열악한 장성군, 공유재산 관리 ‘구멍’…손 놓은 사이 사찰 배만 불렸나
군 공유지가 수익용 주차장으로 둔갑…논란일자 뒤늦게 쇠말뚝 박고 폐쇄 조치
사찰에 임대 줘 ‘10억원’ 챙긴 국립공원공단 vs 40년 나대지로 놀린 장성군 ‘빈손’

전남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내 군 공유지를 사실상 수십년째 나대지로 놀리고 있어 공유재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혈세가 들어간 군 공유재산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초래한 기대 재정수익의 상실 문제와 사찰 측에 의해 수익용 주차장 부지로 수십년간 사용되고 있는데도 감독관리 행정기관이 뒷짐만 진채 방치해 부당이득을 방조한 의혹이다. 또 다른 하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뒷북행정 논란과 함께 부실한 사후 대책 문제다.

전남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내 군 공유지를 사실상 수십년째 나대지로 놀리고 있어 공유재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장성군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9일 오후 부랴부랴 해당 부지 입구에 군 공유재산임을 알리는 푯말을 세우는 한편 말뚝을 박고 바리게이트를 쳐 차량출입을 막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내 군 공유지를 사실상 수십년째 나대지로 놀리고 있어 공유재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장성군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9일 오후 부랴부랴 해당 부지 입구에 군 공유재산임을 알리는 푯말을 세우는 한편 쇠말뚝을 박고 바리게이트를 쳐 차량출입을 막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장성군 공유재산 관리의 민낯…수십년 간 ‘나 몰라라‘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장성군이 백양사 경내 입구에 있는 북하면 약수리 123번지 외 3필지(면적 9400㎡)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한 것은 지난 1982년 3월이다. 현재 해당 공유지 지목은 토지대장과 공유재산 관리 대장상 잡종지이고 현황은 공란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매년 가을 단풍철에 축제장으로 3~4일 가량 반짝 사용하는 것 외에는 딱히 활용도가 없어서 사실상 40년째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재정손실이 막대하다. 장성군은 지난 1982년 소유권을 확보한 이후 단 한번도 해당 부지에 대한 대부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거둬들인 사용료 수익 또한 없다.

실제 국립공원공단(환경부) 측은 소유 부지를 주차장 용도로 백양사 측에 빌려 줘 막대한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는 반면 장성군이 거둔 임대 수익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성군 ‘군유지’는 부지가 넓은데다 탁 트여 차 대기가 훨씬 용이해 사찰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선호할 정도로 주차장으로 목 좋은 곳이다. 2㎞ 남짓 떨어진 국립공원공단 임차 부지보다 백양사 경내까지 이동 거리가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군이 공유지 관리에 손 놓으면서 예상된 재정수익을 놓친 꼴이 됐다.

이에 비해 국립공원공단의 재산관리는 꼼꼼했다. 지난 2010년부터 북하면 약수리 146-4번지 가인주차장(면적 9715㎡)와 백암주차장(면적1만1054㎡)을 연간 8700만원(2023년 기준)에 사찰에 임대주고 그동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산술적 계산을 해보면 13년 간 10억 원 가량의 임대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전남도 도유지인 북하면 약수리 108-1번지(1841㎡)와 109번지(3002㎡)를 2017년부터 5년 단위로 대부계약(사용허가)을 맺은 뒤 사용료를 내고 가인야영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백양사에 이르는 부지 중 문제의 장성군 군유지만 비수익성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전남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내 군 공유지를 사실상 수십년째 나대지로 놀리고 있어 공유재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장성군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9일 오후 부랴부랴 해당 부지 입구에 군 공유재산임을 알리는 푯말을 세우고 바리게이트를 쳐 차량출입을 막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산 내 군 공유지를 사실상 수십년째 나대지로 놀리고 있어 공유재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장성군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9일 오후 부랴부랴 해당 부지 입구에 군 공유재산을 무단 사용할 경우 변상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푯말을 세우고 바리게이트를 쳐 차량출입을 막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눈먼 땅’ 전락한 군민 재산…사찰에 부당이득 방조 논란

또 다른 문제는 멀쩡한 군민재산이 행정의 관리소홀로 ‘눈먼 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장성군이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 측이 해당 필지를 아무런 대부계약이나 사용허가도 없이 암묵적으로 주차요금 징수 대상지로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군유지 세 필지는 1.5㎞ 전방의 일주문 매표소에서 승용차 기준 주차료 4000원(성수기 5000원)을 내지 않고서는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백양사 측이 해당 부지를 사찰 주차장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거나 안내한 표식은 없다. 하지만 백암산국립공원과 사찰을 찾는 관광객 차량은 일주문 매표소에서 주차료를 지불한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모든 주차장 부지를 사찰 땅으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해당 필지에는 군 공유재산을 나타내는 안내문이나 주의사항은 찾아볼 수 없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다른 민간인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경고 푯말을 부착하거나 울타리를 쳐 놔야 하지만 전무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현장 비포장 땅 바닥에는 주차 라인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고 사찰을 찾은 일부 관광객이 이곳에 차를 대놓고 백양사 경내로 올라가곤 했다.

이 탓에 사찰 측은 의도치 않게 군 공유지를 무단 사용하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장성군 또한 사찰 측이 사실상 부당이득(?)을 얻는 동안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목이다.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백암산국립공원과 백양사를 찾은 방문객 차량들이 주차비를 내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백양사는 5월 4일 문화재 관람료는 감면했으나 주차비는 여전히 받고 있어 방문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5월 31일 오전 10시 30분쯤, 전남 장성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 매표소. 백암산국립공원과 백양사를 찾은 방문객 차량들이 주차비를 내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백양사는 5월 4일 문화재 관람료는 감면했으나 주차비는 여전히 받고 있어 방문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방치 이유 ‘황당’ “이틀 축제 위해 대부 어렵다”…대책 못 내놓는 장성군, 문제의식 부족도 도마에 

관리감독해야 할 관할 행정기관이 내놓은 방치 이유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성군의 공식적인 입장은 “가을 단풍철에 축제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제3자에 대부계약을 하거나 사용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백양단풍축제는 4년 만에 이틀간 일정으로 열렸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부계약 시 ‘축제기간에는 임시 사용토록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으면 얼마든지 피해갈수 있는데도 굳이 이틀에 불과한 축제를 위해 일년내내 나대지로 놀리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열악한 군 재정 형편을 감안하면 안이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장성군의 재정자립도(2022년 기준)는 11.2%이다.

장성군의 공유재산 관리 소홀에 대한 문제의식 부족도 도마에 오른다. 이런 걸림돌, 저런 걸림돌을 이유로 댔지만, 본질은 그다지 크게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낀 불감증에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공무원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대부를 해야 하나요”고 한 반문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불감증은 말단 공무원에서 상위 공무원까지 만연해 있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군민 이 아무개(63)씨는 “대부분의 방문객이 일광정 부근 사찰 소유 공터와 길 하나를 두고 있는 군유지에 주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보면 결국 장성군의 공유재산 관리 불감증이 사찰에 수십년 간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몰아준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군의 땜질식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장성군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해당 부지 입구에 군 공유재산임을 알리는 푯말을 세우고 바리게이트를 쳐 차량출입을 통제했다. 군 관계자는 12일 “언론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여겨 사찰 측에 (군유지에 대한 무단 사용 등에 대해) 항의하고 이날(9일) 출입구를 봉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소 10년에서 40여 년 동안 뒷짐만 진채 방치한 바람에 사찰은 이미 막대한 주차비를 챙겼고, 영문을 모른 관광객들은 요금을 부담한 뒤여서 부산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뒤따른다.

백암산 백양사 표지석 ⓒ시사저널
백암산 백양사 표지석 ⓒ시사저널

뒤늦게 ‘쇠말뚝 박은 게’ 대책?

그나마 향후 해당 부지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단풍축제 때문에 제3자에게 대부계약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뒤늦게 해당 부지에 말뚝은 박았으나 정작 공유재산을 활용한 세외수입(藥方文) 확보 방안은 빠진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격이라는 개운찮은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군민 김아무개(56)씨는 “백양사는 장성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결과적으로 공유재산이 특정 사찰의 주차장 등으로 사용, 사익을 창출하는 데 사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장성군의 강 건너 불구경식의 허술한 공유재산 관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유재산 누수를 막고 활용도를 높이면 세외수입이 늘어나 주민의 세금 부담도 덜 수 있는 만큼 공유재산 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성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당 필지들은 어떠한 대부계약이나 사용허가된 사항이 없다"며 “매년 가을철 단풍축제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제3자에게 타 목적으로 대부해주는 데에 한계가 있으나 우선 폐쇄 조치한 뒤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