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회동도 패착?” 코너 몰린 이재명…親明 내부도 잡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4 15: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봉투’·‘코인 논란’으로 당 위기인데…‘이래경 사태’로 불 끼얹은 李
李 리더십도 타격…親明 “행보에 아쉬움” 非明 “위기 자초 말고 사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 논란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여당은 물론 자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야권에선 이번 논란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촉구 목소리도 더 커지는 추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싱하이밍 접견 두고 與 “中공산당 지부장?” 野 “왜 찾아갔나”

이 대표는 지난 8일 주한 중국대사 관저까지 직접 방문해 싱 대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거친 주장을 펼쳤다. 해당 발언은 결국 한·중 양국 대사의 ‘맞불 초치’로 번졌고, 한·중 관계는 경색됐다. 당초 정부의 올 하반기 ‘한·중 관계 개선’ 플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당은 이 대표가 ‘굴종적 태도’를 보였다며 포화를 퍼붓는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 대표는 중국공산당 한국지부장이냐”며 “제1당 대표이면서 미소를 보이고 싱 대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임기 내내 중국 눈치 보기에 바빴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외교 전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외국 대사가 주재국 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언론 매체 앞에서 주재국 정부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주재국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TK 지역구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싱 대사의 태도는 위안스카이를 넘어서 청나라 때 사신의 태도와 똑같은데, 이재명 대표는 제1당 대표면서 자존심도 없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거기(싱 대표의 논란 발언)에 대해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싱 대사의 발언이 국가 간 해서는, 더구나 대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 아니겠냐. 또 싱 대사가 과거에도 굉장히 과격한 발언을 많이 했지 않냐”고 지적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회동 절차’에 대한 의구심도 표출했다. 제1당 대표가 싱 대사의 관저까지 직접 찾아가 발언 기회를 준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왜 관저까지 갔는지 의문”이라며 “당 대표 정도 되면 당신이 와라, 예방해라(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인데 거기까지 찾아가서 15분이나 되는 긴 글을 낭독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 왜 그런 의전 절차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 후 취재진과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 후 취재진과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李, 두 번째 체포동의안 넘어오면 버티기 어려울 것”

정치권에선 ‘이재명 리더십’이 또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위기에 봉착했다. 이 대표가 임명한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은 ‘천안함 자폭’ 논란으로 사퇴했고, 돈 봉투 의혹 관련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거대 의석수로 부결시켜 민주당의 ‘방탄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의 소방수가 되어야 할 이 대표가 되레 방화범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본인의 진퇴에 대해 언젠가는 판단할 텐데 그 판단의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무한책임을 질 방도는 대표직 사퇴뿐”이라며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버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3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를 만나면서 오히려 (한‧중 관계를) 어긋나게 만든 것이다. 수습을 해야할 시기에 상처를 덧나게 만든 것”이라며 “야당 대표라면 국익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혁신을 하겠다 하는데 ‘방탄 논란’이 계속되면 국민에게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당의 위기 원인은 이재명 대표 본인에게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