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 사망 보상금 달라며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기약 없는 ‘구하라법’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4 16: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제 앞바다서 실종된 김종안씨 누나, 눈물 쏟으며 조속한 법안 처리 호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2년 전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왼쪽에서 3번째)씨가 6월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권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2년 전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왼쪽에서 3번째)씨가 6월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권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서는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절규가 또 다시 울려퍼졌다. 수 년간 계속돼 온 유족의 절절한 호소에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2년여 전 거제 앞바다에서 배를 타다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61)씨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하라법' 통과를 호소하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법 개정으로 억울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빚만 있다면 과연 찾았을까…생모, 엄마도 사람도 아냐"

종안씨는 2021년 1월23일 대양호 127호 선박에 승선했다 폭풍우로 어선이 전복되면서 실종됐고 이후 사망 처리됐다. 

동생을 잃은 종선씨 앞에 등장한 것은 50년 넘게 연을 끊고 살았던 80대 생모였다. 행정기관을 통해 종안씨 소식을 접한 생모는 현행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종안씨 앞으로 나온 보상금 규모는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만원 등 총 3억원가량이다.

생모는 과거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 나는 (종안씨 보험금을) 꼭 타 먹을 것이다.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나도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선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생모가 사망한 자식의 보상금을 받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절규했다. 그는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며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가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 싶다. 이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며 울분을 토했다. 

종선씨에 따르면,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종안씨 유족들이 생모의 재산 상속에 제동을 걸자 생모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부산지방법원 1심에서 승소했다. 

종선씨는 "죽은 동생에게 6년간 함께 살았던 배우자가 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생의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은 많이 있지만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종선씨는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 친할머니"라고 강조했다. 

구호인씨(왼쪽)와 서영교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왼쪽)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5월22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빛 못보는 구하라법…서영교 "보편적 정의, 인륜에 반해"

종선씨가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구하라법'은 이미 여러 건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여야 정쟁 속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희생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후 오랜 시간 연락조차 하지 않던 생모·생부가 돌연 나타나 자식의 사망 보상금을 받아가는 일이 반복되자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내놨다.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서 의원과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은 구체적인 시행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서 의원의 법안은 민법의 상속 결격 사유에 '부모가 부양·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친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는 유산이 가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서 의원은 "민법에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자녀 양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얻는 것은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