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무색무취 사이…‘취임 100일’ 김기현의 중간 성적표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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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리스크’ 수습 후 안정기 돌입…‘당정일체’로 민생·청년정책 시동
공약은 ‘당 지지율 55%’, 현실은 ‘30%대 박스권’…수구적 태도 지적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취임 100일째를 맞이했다. ‘여당 55%-대통령 60%’ 지지율을 야심차게 약속했던 김기현 지도부는 어떤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정치권에선 출범 직후부터 이어진 설화를 극복하고 최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당정 간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민생과 2030을 위한 정책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정쟁 이슈에 매몰되고 지지층만 챙기는 수구적 태도로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이 내세운 성과는…“긴밀한 당·정·대 관계”

김기현 지도부가 지난 ‘100일간 성과’ 중 첫 번째로 내세운 부분은 ‘긴밀한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관계다. 김 대표도 이날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당·정·대 관계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지난 지도부에서 삐걱거렸던 당·정·대 관계를 원만하게 풀고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긴밀한 당정 관계를 바탕으로 김기현 지도부는 민생과 청년 현안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도부는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마련하고 ‘중앙청년위원회’도 2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러면서 ‘토익 유효기간 5년 연장’과 ‘예비군 3권 보장’ 등 각종 청년 정책을 발표했다. 또 ‘가족돌봄 청년’을 만나는 등 정책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을 조명해 호평도 받았다. 김세종 청년정책네트워크 특위 위원은 “김 대표는 청년 정책에 있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이다”라고 밝혔다.

지도부 출범부터 이어진 최고위원들의 ‘설화’ 리스크도 거의 수습한 모양새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의 ‘극우 망언’에 태영호 전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까지 겹치며 지도부는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이후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중징계’를 통해 지도부 설화 이슈는 잠잠해졌다. 또 지난 9일 최고위원직 보궐선거에서 김가람 최고위원이 선출돼 지도부 공석도 메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4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철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4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철규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 존재감 無’ ‘외연확장 실패’…총선도 빨간불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있다. 리얼미터가 5일과 7~9일 유권자 2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6.8%로 집계됐다. 민주당(44.2%)과의 격차는 7.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이 ‘당 대표 사법리스크’, ‘전당대회 돈 봉투’, ‘코인 논란’ 등 위기 상황임에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셈이다. 특히 당초 공약이었던 지지율 55%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여권에선 이 같은 지지율 정체의 핵심 이유로 지도부가 ‘정책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야당과의 정쟁 이슈에 매몰돼 골수 지지층만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가 나서서 매일같이 갑론을박하는 지루한 논쟁은 진영논리에 갇힌 대한민국의 현재 상태에서는 무익한 논쟁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던가. 만들어낸 뉴스거리라고는 김재원과 태영호만 있지 않았던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지층만 챙기는 수구적 태도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했단 지적도 나온다.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는 “김기현 대표는 본인 지지층만 챙기려는 수구적 태도에 갇혀 있다. 당내 다른 목소리를 들으려는 포용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구만 좇는 극우는 생존할 수 없다”며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당 혁신위에서 지도부에 전달한 혁신안도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5월10일 ‘정치를 바꾸는 시간’ 강연에서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 태도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당 지도부가 우리가 생각한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아도 좋다. A에서 B라는 방법으로 고쳐도 된다”며 “하지만 (혁신안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결국 지금 상태로는 내년 국민의힘의 총선도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증명됐다. 한국갤럽이 5월30일부터 6월1일까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 유권자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해 49%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야당 승리론’이 우세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존재감 띄우기’가 급선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기현 대표가 용산(대통령실) 출장소장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라며 “당대표로서 위상과 정당 정치의 자율성을 높여 제대로 된 의회정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이 당내 혼란을 극복해 당을 안정화하는 데 방점을 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외연 확장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간 지지받지 못했던 세대, 지역에서도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되도록 더욱 매진하겠다”며 “우리 당의 취약지역, 취약 세대,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보다 각별하게 챙기고, 더 자주 만나 뵙고 허심탄회한 바닥 민심을 듣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9%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4%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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