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빠른 챗GPT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8 13:05
  • 호수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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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문가와 기자들이 같이한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바드’에게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의 서평을 1000자로 써줘”라고 물었다. 챗GPT는 내용을 930자로 정리해 줬고, 바드는 730자로 요약해 줬다. 일반적인 답변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학교 과제용으로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결과는 질문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스포츠 기자나 증권 기자의 존재가치가 위협받는다는 말은 진작부터 있었다.

서평을 쓰는 문화부 기자도 충분히 위협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 한 경제신문에서 아침에 회장이 신문의 그래픽을 칭찬했는데, 자사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그래픽 기반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만들어낸 작품이어서 충격이었다는 풍문도 있다. 가장 위협받는 것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챗GPT가 책을 쓰기도 하고, 챗GPT가 도움을 준 책들도 쏟아진다. 올 초부터 떠돌기 시작한 ‘챗GPT라는 유령’을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전문가 그룹의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는 이 문제의 근본을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책 중 하나다.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서민준·이충환·한상기·한세희 지음│동아엠앤비│236쪽│1만7800원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서민준·이충환·한상기·한세희 지음│동아엠앤비│236쪽│1만7800원

‘챗GPT라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

‘챗GPT로 촉발된 열풍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현재 어느 수준이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해 봐야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낸 이 책에는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인공지능 실무자로 권위를 쌓은 서민준 카이스트 언어지식연구소장,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등 전문가와 전문 저널리스트인 이충환 기자와 한세희 기자가 공동 집필했다.

책은 AI의 기본부터 챗GPT까지 원리와 불러올 영향까지 깊이 있게 다룰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으로 미칠 영향도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물론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비즈니스 임팩트다. 앞서 한 신문사 그래픽 디자이너의 자리가 이미 압박받듯이 인공지능은 텍스트는 물론이고, 그래픽이나 파워포인트까지 몇 초 단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다. 심지어 내 컴퓨터를 모두 학습해 기존에 만든 파워포인트의 패턴이나 콘텐츠까지 감안해 제안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행사에 필요한 동영상까지도 가능해졌다.

위협은 일자리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기초적인 도움을 주는 약인공지능(Weak AI)에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강인공지능(Strong AI)으로 갈지에 대한 고민을 포함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학자들 사이에서 기술 개발을 잠시 멈추고, 나타날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자는 논의도 적지 않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지에 대한 논의는 많다. 

하지만 무서운 면만을 바라볼 수는 없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챗GPT 등장으로 인해 뜨는 산업, 새롭게 탄생할 직업, 반대로 혁신이 없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 등을 예측했으며 한국 및 세계의 IT 기업 경쟁력 진단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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