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집 대피’ 이어 ‘서울팅’ 논란…싸늘한 시선에 결국 재검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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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으로 청년 만남 주선 내놨다가 뭇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가 저출생 타개를 위해 기획한 '서울팅'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청년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해 혼인율과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회의적 반응이 쏟아지자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수해 대책과 관련해 '위층 주인집 대피'를 언급하고, 북한 발사체 오발령 사태까지 겹치면서 '오세훈표 행정'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청년만남, 서울팅(Seoul meeTing)'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서울팅' 논란이 커지면서 시가 내놓은 다른 저출생 정책까지 희석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추진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것이다. 

시가 '서울팅'을 추진하려 했던 것은 심각해지는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머무르며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출산율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도 10년 간 50% 감소하며 급감 추세다. 

이에 시는 만 25~39세 미혼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 소통의 장을 제공해 이성 간 만남을 장려하고 혼인율과 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시가 '주선자'가 되는만큼 참가자들의 신원 보장과 스토킹 성향 등 향후 범죄 가능성까지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적극 내세웠다.  

시는 서울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8000만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하고 시의회에 제출했다. 

오 시장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3일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서울팅 관련 질의에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서울시가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면 신원 보장이 확실해 민간보다 안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미혼 여성이 남성을 교제할 때 스토킹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극단적 범죄 성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는 게 아닌지 불안이 있다고 한다"며 "(서울팅은) 적어도 극단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자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검토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 등 (스토킹 같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대중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팅 추진 내용이 알려지자 '탁상행정' 비판이 들끓었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부터 잘못 짚었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주거비용과 교육비, 고용 안정성,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및 인식 등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SNS에 "젊은 남녀의 미팅만 주선하면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건가. 서울시민 수준을 그렇게 본건가" "핵심을 짚지 못한 근시안적 대안" "정녕 청년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지 못해서 결혼과 출산을 안한다고 생각하는건지…할 말을 잃었다" 등 성토를 쏟아냈다. 

스토킹과 교제 폭력, 교제 살인 등 '극단적 범죄 성향'을 가진 인물을 걸러내 안전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한 부분도 '어떻게'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미래 범죄 가능성을 어떤 방법으로 가려낼 것인지, 경찰청을 통해야하는 범죄이력 조회 실시 여부도 불분명했다. 서울팅을 추진하기 위해 경찰의 신원조회를 거치는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재직증명서로 범죄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나" "스토킹 범죄자나 연인을 상대로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이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었나" 등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간 만남을 주선하는 데 지자체가 불필요한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한 시민은 "왜 내가 낸 세금을 이런 식으로 써야 하나. 도움이 필요한 약자를 위해 써야지 소개팅에 혈세를 왜 퍼붓나"는 힐난이 나왔다. 

결국 시가 서울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지만, 북한 발사체 관련 오발령을 비롯해 혼선과 잡음이 연이어 불거졌다는 점에서 '오세훈표 행정'에 경고등이 켜진 모양새다. 

지난 12일 시가 발표한 올해 풍수해 대책 추진사항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지난해 폭우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반지하주택을 대상으로 한 침수방지시설 설치는 전체의 30%, 주거이전은 8% 수준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7~8월이 임박했지만 당초 계획한 수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면서 또 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침수 대비와 관련해 "(반지하주택 거주자들이) 일단 대피는 위층에 주인집으로 간다든가, 인명 사고를 없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해 '주먹구구' 비판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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