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중식당인줄 알았더니 비밀경찰서?”…‘제2 동방명주’ 막을 법안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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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외국대리인 등록법’ 발의…외국 정보기관 활동에 제동 걸릴 전망
“국가 안보 강화하려는 목적”…일각선 “방첩기관 기능부터 강화시켜야”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이 2022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앞에서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br>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이 2022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방명주 앞에서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한복판에 있던 중식당 ‘동방명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동방명주는 2017년 개업해 6년 동안 음식 관련 혹평에 시달리며 적자만 내던 식당이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동방명주는 실내 공사를 이유로 2023년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정보당국도 지난 5월 동방명주가 대한(對韓) 영향력 공작 전초기지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중국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관의 위법적인 활동 정황이 국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견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중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최소 53개국, 102곳에 은밀한 조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대부분 교육아카데미와 문화교류 사업 등을 통해 영향력 확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같은 외국 정보기관의 공작이 우리나라 정책 형성 과정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안보 위해행위로도 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법의 공백이다. 국내 실정법으로는 외국 정보기관의 공작 행위를 적발·처벌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에 국회에서도 외국 정보기관의 위법적인 활동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내에서 외국 정부 등을 위해 일하는 ‘외국 대리인’(외국 정부 등에 따라 설립된 법인·단체의 지시에 따르는 개인·법인·단체)을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외국 대리인이 되려는 사람은 외국 대리인의 성명, 외국 당사자의 성명, 외국 당사자로부터 수령한 금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재한 등록서류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 정부가 외국 대리인에게 전달한 지시‧명령이나 금전 내역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정책에 개입하거나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영향력 공작 단서도 포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등록 서류, 보충 서류, 장부 및 그 기록의 사실 여부와 그 밖에 제정법의 준수 여부를 관계기관에 조사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등록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자료를 누락하고 허위 기재를 하면 처벌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 주변의 강대국들은 대한민국 내 자국 입장을 옹호 및 대변하는 세력을 육성하고, 자국 우호 여론을 조성하는 ‘영향력 공작’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월 정보당국은 중식당 ‘동방명주’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하며, 서울 한복판에 비밀조직을 두고 영사 업무 대리 수행, 중국인 송환 업무, 중국 선전 활동 수행 등 한마디로 대한(對韓) 영향력 공작 전초기지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미 미국·호주·싱가포르는 외국 대리인 등록법이 존재하고, 캐나다와 영국도 제정 중”이라며 “제정안의 외국 대리인 등록 및 관리를 통해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도청, 요인 포섭 활동을 억제하고, 언론과 여론을 조작하는 악성 영향력 공작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또 외국 대리인의 건전한 활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한 ‘정치를 바꾸는 시간’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민의힘바로세우기 제공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4월1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한 ‘정치를 바꾸는 시간’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민의힘바로세우기 제공

“안보 실효성 높이려면 방첩 기관부터 제대로 활동해야”

전문가들도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방첩(첩보활동을 막고 자국 보안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안보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의 대리인 등록을 통해)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행위를 불법화해서 쫓아낼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양 위원은 극적인 방첩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리인 등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등록되지 않거나 불법적인 사람들을 실제로 쫒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방첩 기관이 제대로 활동을 해서 단속하고 잡아낸 후 추방시키거나 체포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더 필요한 것은 방첩 기관의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지금은 정치공작이나 간첩활동 등을 단속하는 능력이 약간 떨어진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부터 각 기관의 방첩 기능이 거의 상실됐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재건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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