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유시민 저서 삭제…경산시 독서대회 ‘이념 논쟁’ 소란
  • 최관호 영남본부 기자 (sisa523@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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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지역 내 민원 잇따라 주최측에 조치 권고했을 뿐"
주최측 "시 지원 행사, 압박감 느껴 수정"
제13회 경산독서감상문 수정 전과 후 포스터
경산독서감상문 대회 홍보물. 수정 전 포스터에는(좌측) 붉은 테두리 속에 조국, 유시민 저자의 이름이 보이지만 6월15일 제작된 수정본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시사저널

경북 경산시가 때 아닌 이념 논쟁으로 소란하다. 지역 언론사가 진행중인 ‘경산시민 독서감상문’ 대회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저서가 ‘좌편향’이라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경산시에 따르면, 올해 13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서 평산책방 열때 알려진 ‘아버지의 해방일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나의 한국현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법고전 산책’ 등이 추천도서로 소개됐다.

보수 색채가 강한 경산 지역에서 반발 기류가 일었고, 논란이 커지자 경산시는 16일 “추천된 도서는 주최측의 도서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 시가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일부 좌편향적 도서는 삭제 조치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좌편향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고 재차 질의하자 “시가 삭제한 것이 아니고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주최측에 도서 추천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는 '권고'를 했다”고 다시 해명했다.

현재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위 사진의 첫 번째 포스터는 행사 시작과 함께 제작된 것이고, 두 번째는 6월15일자로 수정된 것이다. 차이는 교양 추천도서란에 조국 전 장관과 유시민 이사장의 이름과 저서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부적절한 도서라는 판단을 했고 그 결과 홍보물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경산시는 “홍보물 수정은 시와 무관하고 수정 권고를 받아들인 주최측에서 스스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주최사인 A언론사 대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산시는 권고를 했다지만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는 압박감을 느껴 수정했다”고 했다. 경산시민독서감상문대회는 오는 9월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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