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혁신’ 의지 무색? 재기 노리는 민주당 ‘OB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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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귀국’ 이낙연 역할론 대두…김부겸·이해찬·박지원 등도 주목
배경은 ‘이재명 리더십’ 위기…일각선 “쇄신 이미지 역행” 우려도

권력의 정점에 섰던 민주당 ‘올드보이’(OB)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주인공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낙연·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복귀에 시동을 거는 배경으로는 ‘이재명 리더십’ 위기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친이재명계 일각에선 OB의 복귀가 당의 혁신 및 세대교체 의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장인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장인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이해찬·김부겸 행보 집중…박지원·정동영·천정배 출마 시동

최근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 4월8일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귀국한 지 약 3달 만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직후 의원직에서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나 1년 공부에 매진해왔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정치 재기 전망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진행된 미국 워싱턴 북콘서트 등을 통해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대한민국을 위해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본인의 존재감도 부각시킨 바 있다. 야권 내에서도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총선까지 불안하다며 ‘이낙연 역할론’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정계에서 은퇴한 김부겸 전 총리도 요주의 인물이다. 특히 김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의 서울 종로구 차출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되면서다. 이와 관련, 비명(비이재명)계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지가 나쁘지 않는 김 전 총리가 나오면 종로를 비롯한 강북을 사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대표도 정치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전망을 얘기하며 조 전 장관을 편드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대선·총선 등 큰 선거마다 정치권에 등장해 훈수를 두거나 직접 등판해온 만큼, 이번에도 정치판을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그는 2020년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대놓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KBC 광주방송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총선에 나가게끔 하고 있다. 저를 계속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경찰에서 압수수색도 하니까 현실정치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원장은 3선을 지낸 전라남도 목포 또는 고향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중에서 출마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천정배 전 의원도 총선 출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4선을 지낸 후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던 정 전 장관은 전주병에 나서 지역구 탈환에 노릴 것으로 전해진다. 6선을 쌓고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중진인 천 의원도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 출마를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미 해당 지역구에 사무실까지 연 것으로 파악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당내에선 떨떠름한 분위기…“탈당해 野 욕했던 분들이”

이처럼 민주당의 올드보이들이 나선 배경에는 ‘이재명 리더십’ 위기가 꼽히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와 ‘코인 논란’ 등 각종 악재로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이 대표가 쇄신책으로 임명한 이래경 정 혁신위원장은 ‘천안함 자폭’ 논란으로 사퇴했다. 당내 일각에선 당의 소방수가 되어야 할 이 대표가 되레 방화범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며 ‘사퇴’까지 촉구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대신 위기를 수습할 ‘어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내년 총선에 무게감 있는 거물급 인사를 등판시켜 분위기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 급선무란 주장이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 등 경력자들에게 중책을 맡겨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대체해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이재명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낙연 전 대표의 이재명 리더십 대체 주장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부터 시작해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다. 또 이 전 대표는 대선 때 경쟁자였다”며 “그런데 다시 바로 민주당의 총선을 이끌거나 새로운 체제의 리더가 되거나 이러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올드보이들의 복귀가 당내 ‘세대교체’와 ‘쇄신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다시 80년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다”며 “지금 본인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꼭 선거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험과 경륜이 있으시기에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한창 세대교체를 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인데 옛날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나”라고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살 것 같지도 않고, 민주당의 가치나 위상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이 교수는 올드보이들 중 탈당 전력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을 반대했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돌아온다 해도 원칙에 부합해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용인한다면 민주당내 질서가 무너져있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다. 당의 중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전략·쇄신공천을 하게 되면 더 비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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