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깜짝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 실제로 가능할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9 16: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법상 ‘개인 포기’ 불가능…의원들 동의 얻어야 영장심사 받을 수 있어
두 번째 체포안 ‘가결 당론’ 정하거나, 회기 조정해야…비명계 “잘한 선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그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이 대표 ‘개인’의 의사대로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 없이 본인이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가능할까.

19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회기 중 개인 자격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를 뜻한다. 국회에선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통해 동의 의사를 표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헌법과 국회법 등에선 정부가 의원 개인의 의사를 묻는 과정 없이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정해놓았다. 국회도 개인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의원들 표결을 통해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의원 개인의 의사는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의원 개인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2012년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 따르면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개인의 특권이자 국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의원 개인은 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돼있다.

결국 동료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불체포특권 포기’는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본인의 선언을 실천하려면 정치적 방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본인이 대표로서 ‘체포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구하는 방법 등이다.

이 같은 정치적 선언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앞서 2021년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됐던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본인이 법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없으니 국회 차원에서 자신의 체포를 동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시 정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251표 중 찬성 139표로 통과돼 정 의원이 영장 심사를 받게 됐다.

또 다른 방법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수 있도록 회기를 늦춰달라고 국회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헌법에선 국회 ‘회기 중’에 구속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즉 국회 회기가 아닌 경우 체포동의안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앞서 2018년에 강원랜드 채용청탁 혐의에 휩싸였던 권성동 의원도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늦춰, 국회가 열리지 않았던 기간에 영장 심사를 받은 바 있다.

당내에선 이번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화답하는 분위기다. 비명계 중진으로서 이 대표를 향해 사퇴 촉구까지 했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번만큼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약속을 한 것이니 어떤 방법으로든 실천할 수 있다. 장난도 아니고 본인의 말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의원 본인이 체포동의안을 수용하거나,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해 일정 기간 국회가 열리지 않도록 요청하는 서류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경우 의장이 이를 즉시 배부하고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유효했지만, 민주화가 공고화된 현 상황에서는 의원 개인 비리의 방패막이가 되는 소위 ‘방탄 국회’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헌법 조문 상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통해 불체포특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