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이 띄운 ‘중국인 혜택 축소’, 국민청원에도 지지부진 이유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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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투표권 폐지’, 文정권 때 청원 올라왔지만 불발…“민주주의 보편성”
‘중국인 건보 먹튀’ 논란도 국감서 나와…與 “文정권이 소극적 태도로 방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국인 투표권 폐지’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중 양국 간 ‘상호주의’ 원칙이 정치권 화두에 올랐다. 시민 사회 일각에서도 중국인 대상 복지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은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같은 요구는 국민청원으로도 이어졌다. 과연 중국인 투표권 박탈은 현실화 될 수 있을까.

중국 충칭시 롯데마트 다핑점 앞에서 사드배치에 반발하여 중국 국기와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불매시위를 벌이는 중국인들. © 사진=모종혁 제공
중국 충칭시 롯데마트 다핑점 앞에서 사드배치에 반발하여 중국 국기와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불매시위를 벌이는 중국인들. © 사진=모종혁 제공

한국인은 中 투표권 없어…한동훈도 발 벗고 나서

김 대표가 띄운 논쟁의 쟁점인 상호주의는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외교원칙이다. 양국이 서로 등가의 이익이나 동일한 대우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국내에 있는 중국인의 투표권을 한국이 인정할 경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 역시 투표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투표권은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안이다. 앞서 한국은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다. 당시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참정권을 얻을 수 있도록 상호주의 원칙에서 선제적 행보를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일본은 물론 중국도 지금까지 자국의 한국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표권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 조항이 처음 적용된 2006년 지방선거만 해도 외국인 유권자는 6726명에 불과했다. 이후 해당 수치는 최근인 2022년 지방선거에서 12만6668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이중 78.9%인 9만9969명은 중국인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국민들도 ‘중국인들이 한국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며 참정권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선거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고유 권한이다. 외국인 선거권의 80%를 중국 국적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며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문재인 정권에선 ‘민주주의 보편성’을 이유로 폐지론을 일축했다. 당시 청와대에선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라며 “영주권자의 선거권은 주민의 개념으로, 지방선거에 한정돼 있고 영주권자의 비율은 전체 선거인단의 0.25%이다. 영주권자는 ‘외국 국적의 동포’와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및 자녀’가 80%가량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외국인 참정권에 대한 정부 기류도 변화가 감지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 참정권을 허용하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개편 의사를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1일 영주권자 투표권에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는 해외 사례들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인 건보 적자도 연간 100억대…여권 “文정권, ‘親中 성향’ 탓”

건강보험도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사안 중 하나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6개월 이상 체류하면 우리 국민과 똑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 가입자 중에서도 중국인들은 유일하게 건강보험 적자를 기록해 우리나라가 손해를 보고 있다. 중국인 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2018년 1509억원→2019년 987억원→2020년 239억원→2021년 109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국내에서 33억원가량의 진료를 받아놓고 본인 부담금은 3억원을 조금 넘게 지출한 한 중국인 피부양자의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외국인 피부양자에게도 6개월 체류 후부터 건보 적용을 받게 해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피부양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는 등의 무임승차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권에선 상호원칙에 따른 중국인 혜택 축소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문재인 정권과 당시 여당의 소극적 태도’도 거론하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국민적 여론이 있었음에도 당시 정부와 다수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국민들 목소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에 한 걸음도 진전된 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공론화시킨 만큼 충분히 추진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도 중국인 혜택 축소가 지지부진했던 이유에 대해 “전 정권에선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키진 않았던 것 같다”며 “또 실제로 중국인 유권자 10만 명의 투표율도 10% 남짓이라 한국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실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적자가 극심해 정부도 축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실제로 정부여당이 해당 사안들을 적극 추진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사안(투표권 박탈, 건보료 혜택 축소) 다 적극적으로 정부여당이 추진할 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 중국을 너무 자극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고 미·중 양국도 화해모드로 바뀌고 있다. 문제제기와 별개로 신중하게 여당 대표가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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