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동결은 주식 투자 늘릴 기회일까
  • 조홍규 전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5 17: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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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완화적 통화정책에 글로벌 주가 동반 상승 
달러 표시 자산과 선진국·빅테크 주식에 주목하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6월14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2년 3월부터 10번 연속 금리를 인상한 후 이뤄진 첫 번째 동결이었다. 지난 15개월 동안 미국 기준금리가 0.25%에서 5.25%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금리 동결은 긴축적 통화정책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6월 들어 전 세계 주가는 6.0%, 미국 S&P500 지수는 5.5%, 한국 종합주가지수도 1.9% 상승했다. 또한 연준은 올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0.4%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 전망치 역시 4.5%에서 4.1%로 하향 조정하는 등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번 달 발표된 세계은행과 OECD 경제 전망에서 2023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지난 전망과 비교해 상향 조정된 것도 주식시장의 단기적 상승에 우호적 요인이었다.

ⓒAP 연합
6월14일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기준금리 관련 설명을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 연합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

미국과 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했다. 하반기 중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글로벌 무역량이나 잠재성장률 하락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임을 감안할 때, 양국 간 화해 모드 조성은 향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금리 인상 국면이 종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6월 FOMC 위원들의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 중 0.5%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것이며, 금리 동결 역시 금리 인상의 종결이 아닌 중단 또는 속도 조절이라는 입장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경기 둔화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에서도 추세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경기 침체기 경기선행지수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OECD에서 발표하는 G20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 3월 미국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들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 감소 압력에 직면했고 대출 기준은 크게 강화됐다.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기준은 과거 경기 침체 발생 시점 이상으로 강화된 상황이다. 향후 은행들의 추가적인 파산이 발생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중국 상황도 글로벌 경제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작년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조성됐으나 부동산 시장 위축, 부채 부담, 인구 감소 등 3중고로 실질적인 경제 활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술 견제 등으로 대외수입이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기술 자립화 노력 강화로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발(發)’ 낙수효과도 제한적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1% 상승에 그치며 내수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에선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현재 전년 대비 10%대 감소를 보이고 있으나, 하반기에는 20%대로 감소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IT의 경우에도 중국의 IT 자립화 노력으로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미국의 IT 재고순환지표도 하락 전환되며 대미국 수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경기의 선행지표에 해당하는 기계 수주와 건설 수주가 동반 감소하며 경기 하락세가 심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해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자리 상황도 조금씩 악화되며 20~59세 취업자 증가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균형 필요

경기 전망 및 통화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현재의 상황은 경기 회복보다는 경기 둔화 및 저성장 국면으로 판단된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 유용할 것이다.

과거 저성장 국면에서 선진국 주식이 신흥국 주식에 비해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둔화가 점차 심화되고 경기 침체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강해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흥국 주식보다는 선진국 주식이 유리하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기민감주보다는 매출액 및 이익 증가세가 기대되는 빅테크 주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관련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도 신흥국 주식에 해당돼 저성장 및 경기 둔화 국면에서 선진국 주식 대비 약세를 보여왔다.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 유지 또는 축소를 권고한다. 다만 국내 주식 중에서도 AI 관련 산업은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감안해도 미국채 금리의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채 10년물 기준 3% 후반대의 이자수익과 경기 둔화에 따른 자본소득 등을 감안할 때 미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전략이 유용하다. 우리나라 국채도 미국채와 마찬가지로 강세 여지가 있다. 수출 부진으로 우리 경제 성장세가 미국보다 빠르게 둔화될 수 있어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로 강달러 기조가 약화되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추세적인 경기 둔화 흐름을 감안할 때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 여건상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고, 기업 이익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인 주식 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불확실해 원화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달러화 예금 등 직접적 달러 보유 또는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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