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계 뒤흔든 ‘미투’…성희롱 파문에 차이잉원 지지율 추락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6.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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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 지난달부터 성희롱 피해 폭로 이어져
차이잉원 지지율 4년만 최저…내년 1월 총통 선거 앞두고 ‘비상’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의 모습 ⓒ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의 모습 ⓒ AP=연합뉴스

대만에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당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벌금을 물게 됐다.

27일 자유시보와 타이완뉴스 등 대만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타이베이시 노동국은 두 건의 민진당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한 뒤 전날 남녀고용평등법 등 위반 혐의로 민진당에 90만 대만달러(약 3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타이베이시 노동국은 조사 결과 민진당이 당내 성희롱을 예방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금액만 보면 민진당이 물게 된 90만 대만달러는 민진당 1년 예산의 0.16%에 불과하다고 타이완뉴스는 전했다.

민진당은 최근 대만을 강타하고 있는 미투 파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 당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민진당에서는 ‘나도 성희롱 피해자’라는 폭로가 잇달았다. 특히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후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했다.

그 결과 지난 14일 발표된 대만민의기금회(TPOF)의 여론조사에서 민진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31.1%에서 24.6%로 추락했다. 지난 20일 TPOF 여론조사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42.3%를 기록했다. 차이 총통이 2020년 5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의 지지율은 71%에 달했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은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진당은 미투 조사팀을 꾸려 조사·처리 결과를 신속히 내놓겠다고 밝혔으며, 고위 인사들이 앞서 미투 보고에 대한 부실 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주석도 당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성희롱 사건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총통부도 차이 총통이 이번 성희롱 사건을 보고받은 후 “민진당이 사건 조사를 통해 당사자의 권익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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