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검사 공천 없다” 강조 또 강조…단, 이들만 빼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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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친윤 출마설 계속…한동훈 등 5인방 구체적 거론
“검사 역차별 안 돼” “김기현 못 막아낼 것” 관측도
프랑스·베트남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나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베트남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나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검사 왕국은 없을 것”이라며 연일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당내 ‘검사 대거 공천설’은 조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친(親)윤석열 검찰 출신 인사들의 이름과 출마 예상 지역이 더욱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지역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검사 공천이 향후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이번 달 들어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검사 공천설에 선을 그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선 “검사 공천을 절대 없다. 제가 장담한다”며 “검사 왕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토록 거듭 부인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우선 대통령실발(發) ‘낙하산 공천’이라는 인상을 심어 부정적 여론을 키운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역 의원들 사이에 공천 불안감만 키워 전반적인 당 분위기를 해칠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일각에선 김 대표가 이미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들과 두텁게 교류하며 이들을 중심으로 공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김 대표로서 ‘검사 공천설’은 자신이 짠 총선 구도를 위협하는 변수로 인식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용산발 검사 공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단언에도 당내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적어 보인다. 오히려 여권 내 “정치 경력이 짧은 윤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대대적 물갈이를 할 것이며 대부분 검찰 출신일 것”이라는 시각에 날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PK(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측근 출마설이 구체적으로 돌고 있는데, 그저 소문이 아닌 게 당사자로부터 직접 (출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2016년 대통령-당 공천 갈등 재현?

일각에선 검사 40명 공천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여권에선 특히 윤 대통령의 최측근 검찰 출인 인사 5인방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대통령실의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출마할 구체적인 지역까지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한 장관은 거주지가 있는 서초·강남, 이복현 원장의 경우 고등학교를 다녔던 동작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경남 진주 출신인 주진우 법률비서관도 고교 시절을 보낸 부산 남구 혹은 바로 옆 수영구 출마설이 돌고 있다. 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원모 비서관은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들 대부분 공식적으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사석에서 많은 권유를 받고 있으며 진지하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퍼지면서 윤 대통령의 공천 방향과 “검사 왕국은 없다”던 김 대표의 공천 방향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2016년 총선 당시 이른바 ‘진박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진박 후보들의 공천을 두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 간 충돌을 겪었고 결국 총선에서 패배를 맛본 바 있다.

여권에선 이러한 충돌이 빚어질 경우 김 대표가 한 수 물러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27일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총선 공천을 포진하려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검사 공천을 막아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김 대표의 ‘검사 공천을 없을 것’이라는 말 앞에 여러 ‘괄호’들이 생략돼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 당내에선 김 대표의 “검사 공천은 없다”는 발언에 여러 ‘조건’을 달며 힘을 빼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말은 지난 총선 때 김웅 의원과 같이 ‘현직’ 검사를 대거 공천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의미”라며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검찰 출신 인사들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한동훈 장관과 같이 한때 검사였던 검찰 출신 인사들은 해당 발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밖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인위적인 낙하산 공천은 절대 없을 것이란 의미”라고 해석했고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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