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아닌 ‘감사조작원’…불법 일삼으며 ‘헌법정신’ 파괴”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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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前 국민권익위원장 퇴임 후 첫 인터뷰
“감사원, 무혐의 결론에도 계속 허위 언론플레이…대가 치르게 할 것”
“日 오염수, 왜 벌써 방류 기정사실화 하나…당장 ‘고체화’ 요구해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퇴임 바로 다음날인 6월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퇴임 바로 다음날인 6월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 정권에서 2년,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서 1년.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감사원을 향해 “허무맹랑한 허위 조작 소설을 쓰며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다”며 “감사원이 아니라 ‘감사조작원’”이라고 직격했다.

퇴임 바로 다음날인 6월28일, 자택 근처에서 ‘자유의 몸’으로 시사저널과 만난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해 거듭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절차를 무시한 표적 감사 결과 ‘불문’, 즉 무혐의가 나왔는데도 계속해서 허위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겁 없이 중대한 불법 행위를 일삼아 온 데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현 정치권의 대응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전 위원장은 “아직 방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미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오염수 ‘고체화’ 필요성을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는 소감을 묻고 싶다.

“일단 6월의 신록처럼 산뜻한 기분이다. 사실 감사원의 감사와 사퇴 압박을 받던 지난 1년은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던, 제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그저 불의에 굽힐 수 없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법에 정해진 임기가 있고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은 기관의 기관장인데 아무런 합당한 이유 없이 물러날 수 없었다. 여기에 굴복하면 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절 끝까지 버티게 했다.”

여당에선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전 정부 인사는 물러나줘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 정부 부처 장관들은 당연히 대통령과 철학을 맞추고 국정을 지원해야 하므로 임기도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권익위나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다르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좌우되어선 안 되는 ‘독립 기관’이다. 대통령을 감시하고 때때로 쓴 소리도 해야 한다. 그러라고 법에 임기나 직무 독립성을 규정해 놓은 것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그대로 두고, 저처럼 맞지 않으면 법도 무시하며 쫓아내려 하는 게 옳은 태도인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아 본다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 2년 이상 표류하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외에도 보험 적용 제도를 바꿔 혈우병 아이들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준 일 등 여러 성과가 떠오른다. 저는 늘 더 많은 국민들이 권익위를 가깝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일했다. 제가 만든 슬로건도 ‘국민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국민 편’이었다. 권익위는 공짜로 국민을 지켜주는 변호사와 같다. 좀 더 자주, 적극적으로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26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권력자들을 위한 정부’라고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나. 좀 더 정확히는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권력의 정부’다. 국민한테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권력에 둘러싸여 권력자에 귀 기울이는 정치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1년 가까이 몸 담았던 공직자로서 충정으로 드렸던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말 성공하길 바란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5월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에 앞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5월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에 앞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날 쫓아내려 처음부터 허위 자작 소설 꾸며”

10개월 간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감사원 사무처가 문제로 제기하며 감사에 착수했던 쟁점 모두 ‘불문’, 즉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한 마디로 아무런 위법 부당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근태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여러 증거나 직원들의 진술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까지 감사원은 제가 지각을 일삼았다고 왜곡해 언론에 흘리고, 이를 일부 보수언론과 유튜브가 기정사실화하며 상처를 가하고 있다. 애초에 감사의 궁극적 목표가 이거였구나 싶다. 망신을 줘서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것. 감사원은 제가 위원장을 지내며 별도의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선 어떤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최근엔 감사원이 감사 시작도 전에 저에 대한 ‘수사 요청’부터 계획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허위 자작 소설’이었고 명백한 ‘표적 수사’였다.”

감사원이 왜 이 같은 감사를 벌였다고 생각하나.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나. 그 지원 행위를 충실히 한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과 여당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저를 쫓아내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다들 제가 이렇게까지 버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의 계획대로 되지 않자 더욱 무리수와 불법 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다.”

감사 의결 과정에 감사위원과 유병호 사무총장 간 심각한 충돌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는데.

“결론적으로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끄는 감사원 사무처가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몇 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사무처는 이 감사원을 보좌하는 집행기구일 뿐이다. 사무처가 일종의 공소장을 작성해 감사위원회에 제출하면 위원회가 이를 검토해 최종 감사 결론을 내리는 구조다. 저에 대한 문제들이 적힌 사무처의 공소장도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됐고 최종 ‘불문’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의 결재도 받지 않은 채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의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해버렸다. 명백한 불법이며 헌법정신 파괴다.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걸 반드시 느끼게 해줄 것이다.”

감사원에 대한 감사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국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금 감사원은 국회의 어떠한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본인들은 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철도 이용 기록 등 개인 정보를 다 가져갔다. 하지만 감사원장‧사무총장의 근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엔 완강히 버텼다. 국회의 감시를 거부하는 데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이 이런 감사원을 믿고 세금을 낼 가치가 있는지 좀 더 근본적인 고민도 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감사원 기능 일부를 국회로 이관하는 작업도 검토돼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 의혹과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추진하던 중에 퇴임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선관위 건의 경우, 선관위 현장에서 자료를 요구하며 열심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고를 퇴임 마지막 날까지 받았다. 가상자산 전수조사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해줘야 정식으로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제출한 의원은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정도다. 좀 더 기다리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차기 권익위원장으로 검찰 특수통 출신 김홍일 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어떤 당부 전하고 싶나.

“권익위원장 자리는 공직자나 공직기관의 부패와 비리를 감시한다는 점에선 검사의 역할과 겹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 역할은 사명감을 갖고 국민들의 민원과 고충을 해결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분이 과연 국민의 아픔을 세심히 보듬어주는 역할을 잘 하실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 권익’ 구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업무를 수행해주길 당부 드리고 싶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6월28일 시사저널과 만나 임기를 마친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이야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6월28일 시사저널과 만나 임기를 마친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이야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오염수 저지, 정치인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서 한 말”

정치인 전현희로서 향후 어떤 의제나 현안에 가장 관심을 두고 활동할 예정인가.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문제가 가장 걱정스럽고 또 시급해 보인다. 지금 정치권은 이미 오염수가 방류되는 걸 기정사실화하며 그 후속 조치를 두고 논쟁하고 있다. 지금은 방류를 막을 대안을 강하게 제시해야 할 때다. 현재로선 오염수를 고체화해 땅에 매립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어떻게든 방류를 막고 오염수를 고체화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돌려놓아야 한다.”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통영 출신인 바다의 딸로서 오염수 저지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

“정치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한 것이다.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방류 말고 고체화하라고 말하니 일각에선 제가 현 정부를 ‘저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라면 현 정부는 지금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또 제가 통영이나 부산에 출마한다고 해석하던데, 그게 오히려 정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정치 활동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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