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의 ‘전현희 감사’ 무엇을 남겼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9 16: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사원, 두 차례 기간 연장하며 제보 13건 감사
결과 나왔지만 ‘근태’ ‘빈손 감사’ 논란 지속…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왼쪽)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발언 이후 시작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는 그로부터 장장 10개월간 지속됐다. 계절이 세 번 바뀔 동안 이어진 감사의 과정은 요란했다. 전 전 위원장과 감사원은 건건마다 부딪쳤고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번져갔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을 연장, 재연장하며 제보 내용 13건에 대해 칼날을 세웠다.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에 죽음과 같은 공포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전 정부 인사인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부당한 압박이란 주장이었다.

이 질긴 싸움은 감사원 결과가 발표되고 전 전 위원장의 3년 임기가 다한 지금도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전 위원장이 강력한 법적 대응으로 감사원에 ‘반격’을 예고한 만큼, 싸움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감사 결과 발표는 갈등의 끝 아닌 서막

감사원은 6월9일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고강도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13가지 감사 가운데 6건은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7건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6건에는 전 전 위원장이 직원 갑질 혐의로 징계를 받은 권익위 국장을 위해 탄원서를 쓴 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관련해 권익위 유권해석에 위원장이 개입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여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전 전 위원장의 상습 지각 의혹도 거론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6건 모두에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는 ‘불문(不問)’ 결정을 내렸다. 탄원서 작성에 대해서만 권익위 기관 차원의 주의를 줬다.

이 같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는 갈등의 끝이 아닌 새로운 서막이 됐다. 곧장 전 전 위원장은 감사위원회가 ‘불문’ 결정을 내린 사안까지 이른바 감사원 ‘실세’라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끄는 감사원 사무처에서 결과보고서에 전부 담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반발했다. 그 과정에서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의 결재를 ‘패싱’했다며 ‘허위 공문서 작성’이라고도 지적했다.

여기에 당초 감사의 발단이 된 제보에 대한 신빙성 의혹까지 제기됐다. ‘내부고발자’ 조은석 감사위원은 당시 감사원에 접수된 제보 내용은 단 3줄이었고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제보는 분명히 존재하며 다수가 접수됐다”고 맞서고 있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감사 의결 과정에서 감사원 내부에 커다란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도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에 유 사무총장이 강하게 항의하며 조직 내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 버렸다. 전 전 위원장과 감사원의 싸움이 감사원 내부 싸움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전 전 위원장은 이 모든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적 요소를 전부 고발 조치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 전 위원장의 ‘피해자 코스프레’이자 감사원을 향한 과도한 ‘트집 잡기’라며 맞서고 있다. 전 전 위원장의 임기도, 10개월의 감사도 끝났지만 감사 논란의 끝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