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안 보인다…‘일촉즉발’ 남북관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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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후보에 ‘김정은 정권 타도’ 주장한 김영호
북한, 현정은 방북 계획에 “검토 의향도 없어” 거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사저널·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사저널·연합뉴스

폭염 경보가 내려진 7월,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에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했던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강대강’ 대치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국제 사회 일각에선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목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MB)에서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대북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부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됐다. 행정 경험과 정책 능력을 모두 갖춘 후보자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다만 김 후보자는 지명과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평화’를 지향해야할 통일부가 ‘제2 국방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통일부가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주의와 실사구시적으로 공동 이익 실현’과 괴리된 인사라는 지적이다.

실제 김 후보자는 2019년 2월 보수 성향의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에 기고글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4월 기고문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과거 정부의 남북 간 합의와 관련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을 “민족공조론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 “대한민국에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파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를 앞두고도 ‘통일부의 쇄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한데 북한이 일부 어긴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는 등 (문재인 정부 때 맺은) 9·19 군사 합의를 충실히 지키지 못한다면 정부도 나름의 입장을 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소신’과 같은 주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대북 제재 완화를 국제사회에 호소했던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남북간 긴장관계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북 사업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내달 4일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현 회장 측이 정부에 대북접촉신고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남조선(남한)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하여 통보받은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남측 인사의 방북과 관련해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북한은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남 정책을 맡고, 외무성은 대외 정책을 총괄해왔다. 국내에서 ‘통일부 무용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 역시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사회 일각에선 실제 무력충돌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보국(FIS)이 지난달 26일 발간한 ‘스위스 방위보고서 2023’에 따르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무력도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탄도미사일 포대를 새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28개 이상의 최신 고체연료 미사일 포대를 보유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유사한 러시아 부대의 약 3분의1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해 “단순한 개발이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운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미 연합훈련에 맞춰 진행한다는 점을 언급,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나라에 배치된 전력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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