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약’ 논란에 현대약품 휘청, 도마 위 ‘이상준 리더십’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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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녹시딜’ 용기에 치매약 넣어…2만 병 자진 회수
회계처리 위반으로도 금융당국 제재…주가에 ‘빨간불’

현대약품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현대약품이 탈모약 라벨을 붙인 용기에 치매 치료제를 넣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현대약품이 부랴부랴 제품 회수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분노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주력 제품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오너 3세’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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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이라더니 치매약? 소비자 ‘분노’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현대미녹시딜정 30정 제품 중 제조일이 2023년 5월15일이고 사용 기한이 2026년 5월14일까지인 제품 번호 23018 제품을 자진 회수 중이다. 한 약사가 ‘현대미녹시딜정’ 약통 안에 치매 치료제 ‘타미린정’이 섞여 있다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고혈압 치료제로 분류돼 있는 현대미녹시딜정은 일반인에게 발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 시장의 성장세와 더불어 판매량도 호조를 보였다. 올해 1~5월 매출액은 2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현대미녹시딜정 판매량은 총 16만 병에 달했다. 이번에 회수된 제품은 모두 1만9991병에 이른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판매량의 약 12.5%에 이르는 제품이 회수된 셈이다.

인기리에 판매됐던 제품인 만큼 파장도 큰 모습이다. 논란이 일자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품이 잘못 들어간 경위와 소비자 복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현대약품 측은 “해당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회수 조치해 복용한 소비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으나, 동일 제품을 구매해온 소비자들은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탈모 및 제약,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대형 제약사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가 발생했다며 ‘집단 소송’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미녹시딜을 2년째 복용하고 있다는 전아무개씨(34)는 “만약 (약사의) 신고가 없었다면 회사가 과연 이런 ‘사고’를 인식‧방지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한 뒤 “지난 2년 동안 구매한 제품이 안전한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하는데, 회사가 고의로 소비자를 기망한 게 아닌 이상 사기죄 성립은 어렵다”면서도 “사측 과실을 이유로 소비자가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경우 법정에서 다툴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7월1일 네이버 주식종목 토론방에 올라온 현대약품 관련 게시물 ⓒ네이버 캡쳐
7월1일 네이버 주식종목 토론방에 올라온 현대약품 관련 게시물 ⓒ네이버 캡쳐

현대약품 ‘겹악재’…‘3세 경영’에도 물음표

현대약품으로선 ‘겹악재’다. 지난 5월 현대약품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매출 인식 시점에는 판매장려금을 차감하지 않은 채 수익을 인식해 매출을 부풀리고, 연말에는 판매장려금을 적게 인식하도록 매출채권을 부풀려 자산과 순이익을 조작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현대약품에 대해 과징금,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통보를 의결했다.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과징금, 손해배상공동기금 30% 추가 적립, 현대약품 감사업무 제한 2년 등의 조치를 내렸다. 현대약품은 2020년에도 독점 판매권(무형자산)을 적게 적어 2019년을 포함한 과거 3개년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잇따른 사건‧사고에 현대약품의 ‘3세 경영’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현대약품은 2021년 1월 김영학 각자대표가 물러난 후 오너 3세인 이상준 대표가 2021년부터 단독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경영 실적은 선방했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1627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운전대를 잡은 지 3년, 이 대표는 올해 ‘최대 실적 달성’을 공언했다. 그러나 경영 핵심인 회계와 주력제품 관리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매출 달성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사내 핵심 관계자와 담당 임원의 교체 가능성도 언급된다. 

제약‧바이오주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진 가운데, 현대약품 주주들의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약품은 앞서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지난 5월18일부터 거래정지 됐고, 지난 12일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 6월30일 기준, 현대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0.37% 오른 41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1일 현대약품 주가는 573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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