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명낙회동’에 들썩이는 ‘유쾌한 결별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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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당 어른이 ‘자기 정치’” 비명 “이재명 들러리 서라고?”
‘유쾌한 결별’ 이상민, “대화 없이 ‘이혼 절대 안 돼’만 외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4월9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4월9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당의 어른인데, 귀국 후 메시지나 행보가 당 통합보다 ‘자기 정치’에 집중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친(親)이재명계 A 의원)

“개딸의 이낙연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만난다 한들, 이낙연이 이재명 들러리 서주는 그림 밖에 더 나오겠나.” (비(非)이재명계 B 의원)

연일 ‘귀국 신고’로 바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걸음이 도통 이재명 대표에게로 향하지 않고 있다. 6월24일 이 전 대표 귀국 후 약 2주가 지나고 있지만 ‘명낙 회동’(이재명-이낙연 회동)의 윤곽은 좀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 통합을 위해 서둘러 만나야 한다”는 친명계와 “상호 간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비명계 사이 신경전도 자연히 거세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비명계에서 ‘유쾌한 결별’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당내 분당설에도 불이 붙고 있다. 명낙회동을 두고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자 당내에선 “이렇게 만난다 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나”라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낙연, 이재명 지도부에 힘 실어줄 의지 없어 보여”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곧장 양산시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예정돼 있던 ‘귀국 인사’라는 게 이 전 대표 측 입장이다.

앞서 귀국 직후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정치 재개를 예고한 이 전 대표는 첫 주말에 정치적 고향인 호남을 찾으며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어 서울 동작 국립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도 참배했다. 이 전 대표의 일정이 분주해질수록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 시기에 대한 궁금증도 날로 커져갔다.

친명계에선 공개적으로 회동을 재촉하고 나섰다. 둘의 만남이 당내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란 주장이다. ‘이재명 리더십’을 두고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러한 친명계의 ‘재촉’은 지난 2일 이낙연 전 대표의 ‘도덕성 발언’ 이후 한층 싸늘해졌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며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도부’를 직격한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이 발언 이후 친명계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5일 통화에서 “당의 어른인데, 귀국 후 메시지나 행보가 당 통합보다 자기 정치에 집중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에 총력을 모아야 하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일에는 순서가 있고 말에도 순서가 있다”며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좀 더 해야 한다”고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낙연 악마화 계속되는데 만나봤자 무슨 의미?”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선 여전히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귀국 전 계획했던 일정을 순서대로 밟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비명계 의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이 자신들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이낙연 전 대표를 ‘이용’하려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개딸의 이낙연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당내 통합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둘이 만난다 한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위해 들러리 서주는 그림 밖에 더 나오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갈등 해소와 신뢰 회복을 위한 지도부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명낙회동’은 성사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낙계 윤영찬 의원도 지난달 30일 SBS 라디오에 나와 “대선이 끝난 후 이낙연 전 대표가 협조하지 않아서 이재명 후보가 졌다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며 “두 분 사이에 신뢰가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 의지도 없이 백지장 맞들자고?”

‘명낙회동’이 잠잠한 동안 당내에선 ‘유쾌한 결별설’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잠잠하던 분당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3일 YTN 라디오에서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쾌한 결별’에 분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그렇다. 뜻이 다른데 어떻게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유쾌한 결별’ 발언에 대해 부연했다. 그는 “뜻과 방향이 맞지 않아 계속 국민 앞에서 눈살 찌푸릴 싸움을 할 바에야 깔끔하게 결별을 하는 게 낫다는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내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통합’만 강조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한쪽이 이혼을 하자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 ‘이혼은 절대 없다’고 우기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백지장을 맞대어 무엇이 문제인지 대화로 풀어 보려는 노력은 전혀 안하면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말만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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