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검증이냐 日과 ‘결탁’이냐…IAEA, 믿거나 안 믿거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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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보고서 신뢰성 논란 타깃 된 IAEA
“국제적 권위 있는 기관” vs “親원전, 편향될 수밖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관련 평가 보고서가 국내에서 신빙성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은 IAEA의 보고서가 ‘깡통’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여권은 IAEA의 국제적 위상을 근거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점은 IAEA 자체로 향한다. IAEA는 UN(국제연합) 산하 국제기구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 간 공동 관리를 위해 1957년 설립됐다. 원자력 관련 단체는 여럿이지만, IAEA가 가장 공신력 있는 기구로 통한다. 국가 단위 원자력 관련 기구로는 IAEA가 유일해서다. 여권이 IAEA 보고서 관련 신빙성 논란을 두고 ‘국가 망신’이란 꼬리표를 단 배경이다.

그러나 IAEA가 기본적으로 친(親) 원전기구라는 점에서, IAEA의 편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IAEA 예산 분담률이 세계 3위라는 사실도 IAEA의 신뢰성에 물음표를 달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계에서도 IAEA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라, 관련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두고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두고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日 오염수 방출 논란에 흔들리는 IAEA의 국제적 위상

IAEA 신뢰성 논란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4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측 용어로 처리수) 방류 계획을 발표하며 IAEA에 안전성 검토를 의뢰했다.

문제는 당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공식 환영’ 입장을 냈다는 점이다. 그는 “IAEA는 원전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검토하는 데 기술적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결정은 세계적 관행과 일치하며 원전의 지속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미 일본 측에 우호적인 답을 정해놓고 안전성 검증을 시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일본의 IAEA 예산 분담률이 미국(25.1%)과 중국(14.5%)을 이은 세계 3위(7.7%) 수준이란 점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예산 출연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한국은 2.4%에 불과하다.

또 IAEA 자체가 친원전기구인 만큼,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를 주장하는 일본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IAEA는 ‘원자력 기술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이용 촉진’을 사명으로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IAEA가 오염수 방출의 안정성 검토를 수행하는 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IAEA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IAEA가 작성한 1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해당 정책을 권고하거나 지지하는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사실상 일본의 오염수 방출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검증 과정에서 오염수 방류의 핵심인 ‘알프스(ALPS)’ 필터의 성능에 대한 안정성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일본의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방사능 영향도를 측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에서 IAEA의 보고서를 두고 ‘깡통 보고서’라고 평가절하 하는 배경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는 모습 ⓒ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는 모습 ⓒ 연합뉴스

IAEA 보고서에 환경단체도 뿔났다…끝 안 보이는 ‘신뢰성 논란’

일단 정부여당은 IAEA 신뢰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지난 5일 “IAEA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권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결론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IAEA는 방사능 관련한 세계적인 전문기관”이라며 “일본과 결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IAEA 보고서에 대한 국내 전문가 판단을 포함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 관련 종합 검증 보고서를 오는 7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IAEA 측도 ‘성실하게’ 조사를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IAEA는 일본 정부로부터 안전성 검토 요청을 받은 이후 2년3개월간 11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꾸리고 5차례의 현장 검증에 나섰다. 오염수 샘플 분석에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안전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행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봤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국내 원전업 관계자는 “IAEA를 대체할 수 있는 검증기구가 없다. IAEA의 보고서는 예상했던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측은 “IAEA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출의 핵심은 생태계에 끼칠 영향력인데, 이에 대한 환경적 접근은 없었다는 취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6일) 기자회견을 열어 “IAEA는 1차 시료분석결과만으로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춘 보고서를 냈다. 경기장의 선수가 갑자기 심판 노릇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저지하기 위한 장외투쟁을 본격화했다. 일본이 방류를 개시할 경우 일본산 수입물 전체를 금지하는 입법적 검토도 병행한다.

반면 여당은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여론전에 나서는 한편, 오염수 방류로 피해가 예상되는 수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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