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총선 전략은 ‘이념 전쟁’”…‘제2의 세대포위론’ 꿈꾼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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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반북’으로 6070 결집, 2030 남성까지 포위 계획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철 지난 프레임” “나라 반 토막”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환호에 손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환호에 손들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사와 발언에서 짙은 ‘보수색(色)’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까지 이러한 행보를 이어갈 모양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사석에서 ‘목표 의석 170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이를 달성할 총선 승리 전략으로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반공’ ‘반북’을 내건 이른바 ‘이념 전쟁’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효과를 본 ‘세대포위론’을 다시금 성공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세대포위론’은 여권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새로운 지지층인 2030세대를 결합해 승리한다는 전략으로, 대선 당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한 바 있다.

즉, 이번 총선에서도 ‘이념 대 이념’ 프레임으로 60대 이상을 더욱 공고히 결집하고, 나아가 보수 성향이 우세한 2030 남성들까지 끌어오는 ‘제2의 세대포위론’을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2030 남성들의 보수화 경향이 나타난 만큼,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국가세력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

시사저널과 만난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윤석열 정부는 보수의 가치를 복원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윤석열 정부는 왜곡된 인식을 가진 ‘반(反)국가세력’과 전쟁을 치른다’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어필할 계획이다. 집권 초 ‘전임 정부 심판’과 ‘검찰 사정정국’을 넘어 이제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를 살펴봤을 때, 이러한 계획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달 29일 정부의 개각 인선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남북 합의를 부정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 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지명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라며 전면 변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유튜브 방송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인들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해 온 김채환 씨를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개각에 대해 야권에서 ‘극우 인사’라고 비판하자 윤 대통령은 3일 신임 차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좌파가 볼 때나 극우”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부가 최근 “가짜 독립유공자는 용납할 수 없다”는 기치 아래 독립유공자 재검증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좌익 활동 논란이 있던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과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 등을 재검토 대상으로 꼽은 것, 반대로 친일논란으로 인해 서훈이 박탈된 조봉암 등의 재서훈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야권에선 지난달 28일 자유총연맹 행사에서 나온 ‘반(反)국가세력’ 발언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미와 계획을 모두 담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이라고 발언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과 전면전을 치를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최근 지지율 추세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방향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의 강공 모드로 이른바 ‘집토끼’ 결집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 저지’ 당시에 이어 한 번 더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지지율 아직 낮은데…중도는 어쩌고”

중도 성향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이념 전쟁’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타개책’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 이념 대 이념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가을 국정감사 정국을 넘기고 내년 총선까지 여론전에 나선다는 셈법”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60대 이상 지지층의 지지는 그대로 따라올 것이며, 북한에 대한 반감이 크고 통일에 대한 인식이 약한 2030세대,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남성들도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방향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만일 윤 대통령이 정말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총선까지 치르려는 것이라면 양극화된 정치 구도를 악용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들이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나라를 더욱 분열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非)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이 ‘정치 공학적’으로 봐도 그리 유리한 판단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념 전쟁으로 가면 결국 51대 49 싸움을 하자는 건데, 중도층은 포기하고 간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낮은 편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며 “지금과 같은 강공 노선과 철 지난 이념 프레임은 아무리 높아도 50% 아래 선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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