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尹에게 ‘뺑소니’ 당해…전체주의 대한민국에 희망 없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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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장악 시도? 총선 1년 전 임기 끝나는데 불가능”
“이준석 없어지니 당-용산 관계 좋아져? 소통되나 의심”

차기 총선까지 8개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원외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극명하게 갈린다. ‘헌정 사상 최연소 당대표’였던 그의 경력에 희망을 거는 팬덤도 적지 않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잡지 못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과연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지도부 △당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지난 21일, 서울 용산 시사저널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시사끝짱》 유튜브 생방송에 참여한 이 전 대표는 “나는 윤 대통령에게 ‘뺑소니’를 당한 셈”이라며 “단 한 번도 윤 대통령과 갈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이 없어져야’한다고 말했던 이들이 과연 용산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를 배신자로 모는 전체주의에서는 결코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2023년 2월20일 오전 여의도의 한 공유오피스텔에서 만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천아용인으로 대표되는 이준석 계 후보들의 전당대회 선거 선전에 대한 의의와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023년 2월20일 오전 여의도의 한 공유오피스텔에서 만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천아용인으로 대표되는 이준석 계 후보들의 전당대회 선거 선전에 대한 의의와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근황을 들려 달라.

“월화수목은 순천에 가있다. 목요일 저녁에 보통 (서울로) 올라온다.”

왜 순천인가.

“작년에 경상북도 칠곡에 가있었다. 거기가 아버지의 고향이다. 그랬더니 제가 경상도에서 출마하려고 한다는 억측이 돌더라. 제가 어딜 가든 그런 설이 돈다. 그러면 전라도를 가보자, 그 중에서도 도시와 농촌 생활이 얽혀있는 순천을 고르게 됐다.”

호남을 기반으로 보수 신당을 창당하려 한다는 설도 있다.

“물론 모든 걸 배제하지 않고 움직인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아나?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신당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전라도 기반의 경상도로 뻗어나가는 신당?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했던 시도다.”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다 아시지 않을까(웃음). 따로 말씀은 안 드리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그럼 내년 총선, 서울 노원병에서 출마하나.

“그럴 것 같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이 갈린다. 비평, 호평이 나온 계기 모두 윤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게 변곡점이 된 모습인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윤 대통령이 저한테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다. 사석에서 (윤 대통령이) 당 대표한테 ‘이 새끼, 저 새끼’하는 발언이 나왔고, 그걸 듣고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국가 통치의 방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불만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했어야 된다.”

그럼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이 전 대표를 안고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안는다’는 표현도 제 입장에선 불쾌하다. 저는 그냥 뺑소니를 당한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랑 술 먹고 싸웠으면 화해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나. 어떤 직접적인 대화도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부총질한 당 대표를 내쫓았더니 당이 잘 된다? 앞에서 웃던 사람이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음침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차라리 불만을 얘기했으면 반박을 하든, 논쟁을 하든 했을 것이다. 나로서는 (윤 대통령과)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계기는 없었나. 여권 일각에선 이른바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패싱’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어떤 ‘윤핵관’이 그랬다더라. 내가 대통령 사저에 갔는데 술을 안 마셔서 (윤 대통령이) 기분이 나빴다고. 난 술을 피한 적이 없다. 괜히 갖다 붙일 게(틀어진 이유) 없으니 이런 말만 도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이런 사례가 누적된 것은 아닐까.

“그러면 그 때 얘기했어야 한다. 멱살 잡고 싸운 것도 아니다. 끝까지 대결하지 않고 국민 앞에서 봉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래놓고 갑자기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된 것인가. 앞뒤과 다른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공천권을 두고 이 전 대표와 친윤계 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공천을 장악하려면 ‘내 사람’을 꽂아야 한다. 그런데 저는 당 대표가 된 다음 당협위원장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 경쟁자가 없는 경우 100% 경선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사람도 공천을 받았다. 내가 공천에 개입하지 않아서다. 제 지역구인 노원구청장도 경쟁을 시켰다. 거꾸로 이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꽂을 수가 없어지니 짜증났다는 얘기다. (당원권이 정지되지 않았다면) 대표 임기가 총선 1년 전에 끝나는데 제가 어떻게 그걸(공천) 장악하겠나.”

현재 당정관계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나가고) 당과 용산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정말 서로(당과 정부) 따로 논다고 생각했던 게 대통령이 나토 관련해 모임을 가시는데, 동시에 당 대표가 미국 순방을 간다? 이건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둘 중 한 명은 자리를 지켰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문제인가.

“컨트롤타워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베테랑 당직자들은 절대 이렇게(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동시에 출국하는) 일정을 잡지 않는다. 김기현 대표 개인을 위해서도, 대통령을 위해서도 좋은 게 아니다. 대중의 관심도 분산된다. 정당 간의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친윤계 의원들과 대통령간 소통도 단절됐다고 보나.

“윤 대통령이 세밀하게 누구와 소통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윤핵관’들은 윤 대통령이 뭘 좋아하는지 맞춰가며 계속 따라다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령을 내리는 상황은 아닌 걸로 파악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이 2023년 517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이 2023년 5월17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여권 일각에는 ‘이준석의 내부총질’이 당을 망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어르신들은 ‘이준석이 없어지니 당이 좋아졌다’ 이러시는데, 지금 당내에서는 또 반응이 다르다. 그때(당 대표 시절) 얘기를 하면 책을 써도 한 권 나올 것 같다. 대통령이 말실수 하면 그것을 커버하느라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대통령 눈치만 본다. 대통령 말씀이 하나의 기준이 된 셈이다.”

구체적인 예시가 있을까.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이 말씀하신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환수해서 수재 예산으로 사용하는 건 앞뒤가 다른 문제다. 예산의 규모도 다르다. 세상에 도둑놈들이 많으니까, 그걸 환수해서 돈을 주겠다? 이건 정책이 아니다. 그냥 구호일 뿐이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위기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살면서 저처럼 대안을 많이 얘기한 사람 못 봤다. 뭐든 물어봐 달라. 하다못해 이번에 안타깝게 돌아가신 교사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얘기하고 그게 기사화됐다. 만약 대안이 궁금하면 제 SNS 가서 찾아보시면 된다. 무엇보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는 태도로는 우리 정치가 제대로 정화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당대표 시절 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했다. 당시 윤리위가 없었겠나? 제가 윤리위를 통해 누구를 징계하는 거 본 적 있나? 단 한 번도 그렇게 입 막지 않았다. 차라리 논쟁을 하고 면박을 주고 만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권력자가 한 사람을 낙인찍고 괴롭히고, 그 사람이 반발하면 지지층이 ‘그만 시끄럽게 하라’는 식으로 편을 들어준다면 권력자는 계속 그 길만 반복할 것이다.”

정치인 이준석의 꿈, 목표는 무엇인가.

“전체주의적 대한민국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고 본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등장해야 한다. 개인의 창의와 자유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아마 지금 보수층 내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 뜬구름 잡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그게 되어야 젊은 사람들이 살아볼만한 공간이 생긴다.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이며, 누군가를 배신자와 종북으로 모는 세상에서 어떤 희망이 피어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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