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으로 스크린 복귀하는 하정우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9 13:05
  • 호수 1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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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

하정우가 돌아왔다. 8월2일 하정우X주지훈의 버디 무비 《비공식작전》이 개봉한다. 《터널》로 호흡을 맞춘 김성훈 감독과의 재회이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자숙기를 가졌던 하정우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하정우로서는 배우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쇼박스 제공

《터널》로 호흡 맞춘 김성훈 감독과 재회

영화 내용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로, 2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쇼박스표 대작이다. 이렇듯 두 배우의 조합, 감독과의 호흡, 제작 여건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기대작이다. 문제는 이들이 보여줄 케미스트리가 그리 신선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정우와 주지훈은 《신과 함께》로, 주지훈과 김성훈 감독은 《킹덤》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과거 필모그래피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프로포폴 논란과 그 과정에서의 대처 등으로 실망감을 안겼던 하정우가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느냐도 흥행의 관건이다. 

그래서인지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고 한다. 김성훈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하정우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초심으로 돌아간 듯,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깊게 파고들었다. 다시 한번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반했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하정우는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암살》 《아가씨》 《터널》 《신과 함께》 《1987》 등 시대와 장르를 막론한 대작들에 연이어 출연해 오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200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이끈 최연소 1억 배우가 됐다. 

최근에는 《수리남》으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존경하는 최민식 선배님 앞에서 받게 돼 부끄럽고, 큰 영광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직접 만났다.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데 기분이 어떤가. 

“영화 《클로젯》 이후 처음이다. 어제 무대 인사를 했는데, 조금 낯설더라. 순간 ‘아, 이런 일들을 내가 오랫동안 해왔었지’ 하는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을 겨냥한 영화에 오랜만에 함께하게 됐다. 아주 특별할 것도 없지만, 다만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새롭기도 하다.” 

실화다. 알고 있던 내용이었나? 

“외교관이 납치됐고 또 다른 외교관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떠난다는 내용만 알고 있었다. 실제로 당사자가 노출을 원치 않았기에, 그 한 줄의 팩트에서 시작된 영화다. 참고 자료가 없었기에 나머지 스토리는 자료 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영웅 스토리다. 어찌 보면 익숙한 내용이다. 

“그 상황에 놓이면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이다. 그 부분이 납득이 됐고 그 인물에 동의하게 됐다. ‘이 사람이 총을 쏠 줄 아나?’ 등 수많은 질문을 감독님에게 했던 것 같다. 납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적인 재미가 우선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들은 만들면서 하나씩 채워나갔다.” 

김성훈 감독과는 《터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 믿음이 출연 결정에 작용했나? 

“5년 전 《클로젯》 촬영을 시작할 즈음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추석 때쯤이라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시나리오 얘기를 꺼내더라. 이미 시나리오를 받은 상태였는데, 사실 읽지 못했던 터다. 당연하다. 출연 결정의 큰 비중은 김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당시 《터널》의 스토리가 된 원작이 무척 비극적이었는데, 그것을 영화적으로 잘 각색했던 걸 알기에 이번에도 흥미롭게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배우로서도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캐릭터의 ‘톤 앤 매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렇다고 실화라는 무게감에 눌려버리면 재미와 감동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 무게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우회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할까? 솔직히 어려웠다. 그럴 때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던 《터널》을 소환했다. 갇혀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주야장천 눈물만 흘리면서 끝낼 건가? 김성훈 감독의 삶의 태도는 그게 아니었던 같다. 그 와중에 낭만을 찾는다. 터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오히려 여유를 부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달리하면서 조금씩 톤 앤 매너를 잡아나갔다. 상황, 상황마다 나를 대입해 보기도 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러면서 조금씩 풀어나갔다.” 

김성훈 감독과는 《터널》, 주지훈과는 《신과 함께》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때문에 신선한 느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드릴까, 하는 고민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주지훈 배우와는 《신과 함께》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이른바 ‘쟤네들이 티키타카하는 건 식상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작품을 하는 데 주저하고 혹은 반대되는 걸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 식상함을 푸는 건 숙제다.” 

재회한 주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신과 함께》가 2018년 여름에 개봉했으니 5년 정도 흘렀다. 그사이에 주지훈 배우는 작품을 많이 했다. 그래서 기대감, 궁금함이 있었던 것 같다. 첫 촬영을 할 때 의상을 입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구력이 쌓였구나,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30대 때 만나서 40대 때 다시 만난 것이다. 다시 호흡을 맞추니 그때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전작 수리남부터 이번 영화까지 해외 촬영이 많았다. 힘들지는 않았나? 

“《수리남》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두 달간 촬영하고 열흘 후에 모로코로 넘어가서 4개월간 촬영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지낼 만했다. 훈련이 힘든 군대는 내무 생활이 편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사실 촬영이 고되어서 늘 곯아떨어져 힘들다는 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마침 이슬람 국가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까지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더위와 모래바람에 맞서며 촬영했는데 사람이 웃긴 게 또 적응하게 된다. 모로코 스태프들은 촬영하면서도 물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그 낯섦이 피곤함을 잊게 하는 부분도 있더라.” 

해외 로케를 오래 하면 노하우가 생기지 않나? 

“먹는 게 중요하다. 모로코에 들어가기 전에 꼼꼼하게 리스트를 미리 정리했다. 그걸 문서화해 컨테이너에 식료품을 배로 먼저 보냈다(웃음). 예를 들어 간장 10L, 멸치액젓 5L 등등이다. 돼지고기 금지 국가라 대신 사골곰탕이나 달걀 장조림, 소고기 장조림 같은 걸 많이 먹었다. 해외 로케를 하면 촬영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장 보고 요리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영화 내내 쨍쨍한 자연광이 인상적이었다. 의도한 바였는지 궁금하다. 

“해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을 정도다. 해가 구름에 가려지면 촬영이 ‘올스톱’이었다. 한국이었으면 ‘빨리 찍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겠지만 해외 로케라 갈 집도 없었다. 한 날은 무심코 해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고 모두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모든 스태프들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마치 영화 같았다.” 

감독으로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오는 9월 촬영 예정인 《로비》는 《허삼관》(2015) 이후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하정우의 연출작이다. 직접 주연도 맡았다. 국가 사업권을 따내려 골프 로비를 하는 연구원 창욱의 이야기다). 

“연기자로서 지루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더 지루해 보이기 전에 뭔가를 해보고 싶다. 기다린다고 도전해 보고 싶은 시나리오가 오는 것도 아니다. 안 온다면 내가 직접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맞다,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로비》를 연출하려는 것도 도전의 일환이다.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은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는데, 연출은 또 다른 배출 통로이기도 하다. 쑥스럽지만 제 연출의 행로를 돌아보면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그냥 너무 찍고 싶은 마음에 덤볐다. 《허삼관》은 제 딴에 상업적 성공을 이뤄볼까 까불면서 만든 것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과연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연출작은 기존 상업영화의 포맷이 아닌, 제가 도전하고 싶은 것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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