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방통위원장 지명이다. 대통령실은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지명 사유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 장악’ 의혹과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에도 윤 대통령이 임명 강행이라는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인 방통위원장 후보에 이 특보를 지명했다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실장은 “언론계에 오래 종사하신 언론계 중진으로서,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역임했다”며 “언론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 분야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브리핑장엔 이동관 지명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골몰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고 자유롭게 소통이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지명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과 홍보 수석,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거쳐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왔다.

과거 업무 스타일로 볼 때 장기간 미뤄져 온 국정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최시중 전 위원장 이래 가장 존재감 뚜렷한 방통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미디어의 공정성 공공성 확립 및 국민 신뢰 회복’을 들어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 재편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지명자는 “이제 대한민국에도 영국 BBC나 일본 NHK처럼 국제적 신뢰와 인정을 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며 “언제까지 과거 틀에 갇혀 얽메여서 안 된다”며 “이 방향에는 진보, 보수,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는 지금 다가오는 게 아니고 지금 저희 앞에 와 있다”며 “야당과 비판 언론의 질책이나 비판에 겸허하게 귀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야당은 이 지명자가 후보로 거론될 당시부터 후보 철회를 주장해 온 만큼 강한 충돌이 예상된다. 청문회 개최 시기와 여부를 두고도 난항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녀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지명자의 압력 여부, 그리고 이명박 청와대 근무 시절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선 의혹 등이 청문회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구민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