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기 이슈’ 못 건든다…‘여론 통제’ 수위 높이는 홍콩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7.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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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론조사기관, 자료 대거 비공개 전환
“현재 정치적 환경서 응답자들 진짜 생각 드러내지 않을 수도”
홍콩의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PORI)의 로고 모습 ⓒ AFP=연합뉴스
홍콩의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PORI)의 로고 모습 ⓒ AFP=연합뉴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3년 만에 홍콩에서 여론조사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

28일 더스탠더드와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홍콩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홍콩민의연구소(PORI)는 기존에 진행해온 여론조사의 절반가량만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종류의 여론조사에 포함된 56개 질문의 결과는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톈안먼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 대만 독립, 티베트 독립,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 경찰에 대한 만족도 등 중국이 금기시하는 질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된다.

특히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하는지, ‘중국인’으로 생각하는지를 묻는 조사 결과도 더 이상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이 연구소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홍콩인의 정체성 인식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39%가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답했고 18%가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또 11%는 ‘홍콩의 중국인’, 31%는 ‘중국의 홍콩인’이라고 답했다.

특히 18∼29세 홍콩인의 2%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 응답하는 등 젊을수록 자신을 홍콩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18∼29세의 76%가 자신의 정체성을 ‘홍콩인’이라고 응답한 반면 30∼49세는 40%, 50세 이상은 29%가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콩민의연구소의 로버트 청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가 시대에 맞춘 변화이며 자기 검열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공개로 전환한 여론조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면서도 결과는 오는 9월부터 유료 이용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해당 결과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불법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온라인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소는 지난달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직전에 돌연 취소해 화제가 됐다. 당시 연구소는 한 정부 관리가 연락을 해왔으며 정부의 ‘위험 평가’를 고려해 해당 설문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1991년 설립된 홍콩민의연구소는 1993년부터 매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관련한 홍콩인들의 생각을 조사해왔다. 그러나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 시위가 자취를 감추면서 관련 여론조사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정치과학자 헝호펑은 AFP에 홍콩민의연구소가 그간 홍콩 여론에 대한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공해왔다면서 현재의 정치적 환경 아래서 홍콩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자신의 답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진짜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경찰은 2020년과 2021년 이 연구소를 급습했다. 2019년 홍콩 민주 진영이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체 실시한 예비 선거를 지원했다는 이유였다.

2021년 12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연구소가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낮게 나오자 “소위 여론을 이용해 사회를 강탈하려 한다”며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 연구소의 청킴와 부소장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 영국으로 피신했다. 그는 당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더는 협박 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없어 홍콩을 떠났다”며 “오늘날 홍콩에는 진실한 말이 설 자리가 없고 거짓만이 허용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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