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부글부글 끓는다”…전 세계 ‘히트플레이션’ 주의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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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지구’ 이상고온에 몸살 않는 지구촌
폭염에 물가 오르고 수천조원 손실 유발

지구가 끓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이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평균 기온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해, 이번 달이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다. 온열질환자에 사망자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폭염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폭염으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 손실은 최대 3조 달러, 우리 돈 40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추산까지 나온다. 이번 폭염은 지구촌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그 부작용이 물류와 에너지, 노동생산성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it+inflation)’이 지구촌 경제에 경고등을 울렸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유럽 지중해 도시에서 초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3주 동안 산불 피해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지난 26일(현지 시각) 소방대원이 산불을 진압하는 모습 ⓒ 로이터·연합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유럽 지중해 도시에서 초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3주 동안 산불 피해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지난 26일(현지 시각) 소방대원이 산불을 진압하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50도 불볕더위에 역대급 폭우…“끓는 지구의 시대”

31일 한국은 찜통더위 한 가운데 있다. 폭우를 쏟아 부은 장마철이 끝나자 본격 무더위가 찾아왔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면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사흘 동안 온열질환자만 178명 발생했고, 폭염으로 숨진 사람만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대기 불안정성이 심해지면서 곳곳에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져, 일부 지역에선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전 세계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이달 7일 기록한 세계 평균 기온은 17.24도로, 역대 최고였던 2016년 8월16일의 16.94도를 넘어섰다.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달로 기록됐다. WMO 측은 “올해 7월은 지구가 가장 더웠던 달로 확인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중에 올해 7월보다 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지난 6월부터 40도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중국도 폭염이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섭씨 50도에 근접하거나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의 다수 국가 역시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해수 온도를 높여 ‘엘니뇨 현상’도 유발했고, 이는 지구 반대편 인도에 ‘역대급’ 폭우를 유발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해마다 지구의 온도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너머 끓는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국제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두려운 상황이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폭염으로 21세기 동안 11경 경제 손실”

문제는 폭염이 경제 사이클 전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폭염 때문에 곡물이나 채소 등의 재배가 어려워지고 가축들이 폐사하면 식품 공급이 줄어들어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학계에선 이를 ‘히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 따르면, ‘히트플레이션’ 영향으로 평균 물가상승률이 0.2%포인트 더 올라갔다. 전 세계적 고물가 상황이 아직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히트플레이션’까지 가속화하면, 지구촌 경기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란 게 학계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폭염은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에 따르면, 폭염의 영향으로 2030년까지 매년 전 세계 총 노동 시간의 2% 이상이 손실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폭염이 약 8000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ILO의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폭염으로 인해 2100년까지 전 세계 GDP가 2020년 대비 17.6%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4000조원 규모의 막대한 손실이 유발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와 슈퍼엘니뇨가 결합된 영향으로 2023~2029년 최소 3조 달러(4017조원) 수준의 경제 성장 둔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2100년까지 그 손실 금액이 84조 달러(11경247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세계 각국은 역사상 최악의 불볕더위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1‧2위인 미국과 중국은 전날 기후변화 특사끼리 만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회원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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