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관은 처음? 원희룡·한동훈 ‘콤비’ 향한 두 가지 시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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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 맞서는 ‘최전방 공격수’…지지층엔 ‘각인’, 안정감·확장성엔 ‘의문’
與, 응원하지만 주도권 밀릴까 우려…원·한 평가도 엇갈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실세 장관이자 야당에 맞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실세 장관이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야당에 맞서 전투 본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지지층 사이에선 여소야대 국면에서 사이다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과도하게 공격적인 언행을 구사한다는 우려와 함께, 총선 앞 ‘자기 정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두 장관을 향한 응원과 불안의 시선이 동시에 감지된다.

지난 26일 두 장관은 각각 국회에 등판해 또 한 번 야당과 충돌했다. 우선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원희룡 장관은 ‘자료 거부’와 ‘부실 해명’ 논란으로 회의 내내 야당과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향한 사과 요구엔 “이해찬‧이재명 대표 먼저 사과하라”며 야당에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사업 백지화’ 초강수를 둔 원 장관은 야당의 선동을 탓하며 “간판 떼고 붙자”고 공개 선포하기도 했다. 대선 당시 재미를 본 ‘대장동 1타 강사’를 다시 활용, ‘고속도로 1타 강사’로 직접 카메라 앞에도 섰다. 이 같은 강성 행보에 지지자들은 ‘화환’을 보내는 등 원 장관에 응원을 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 장관이 대통령실을 과하게 엄호하려다 스텝이 단단히 꼬여버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출격할 때마다 번번이 야당과 부딪쳐 온 한동훈 장관 역시 공격력을 한층 강화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 장모 구속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건으로 받아치며 날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향해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 행위”라고 쏘아붙이거나 “제가 훈계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고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양평군 양서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양평군 양서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은 ‘환영’ 여당은 ‘응원 속 불안’ 대중은 ‘피로’

야당과의 신경전 속 한때 ‘장관직’까지 걸었던 두 장관의 강성 행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마디로 “용산 대통령실과 전통 지지층은 ‘환영’, 국민의힘은 ‘응원 속 불안’, 대중들은 ‘피로감’”이라고 이들을 평가했다. 당장 지지층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대권 가도로 가는 데 지금의 돌격대 모습은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과 여권 지지층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기본적으로 두 장관에 대해 ‘든든하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취재진에 “차기 대권 주자들이 이렇게 거대 야당의 공세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니, 당원과 지지자들은 물론 우리 당으로서도 힘을 얻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에 비해 여당의 존재감이 밀린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장관이 여당의 역할까지 대신하면서 당의 존재감이 더욱 약화하고 권력추가 더욱 정부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보기에 당은 뭐하고 장관들이 나서서 야당과 싸우고 있냐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선 두 장관들의 과도한 공격 태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감정적인 대응으로 자칫 상대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사실 두 장관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더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돌격일변도로만 가면 어느 순간 대통령의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에 부담을 주는 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국무위원이 아닌,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두 장관 모두 공통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감정적인 성향까지 더해지니 지금처럼 강한 정치적 언행들이 관찰되는 것”이라며 “지금 같이 포용은 없고 싸움꾼 이미지만 내세우면 그만큼 ‘적’도 늘어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치 행보엔 마이너스”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대선까지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길게 봤을 때 소모적”이라고도 덧붙였다.

7월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 앞서 최태원 회장과 전시 부스를 둘러보는 한동훈 장관 ⓒ대한상의 제공
7월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 앞서 최태원 회장과 전시 부스를 둘러보는 한동훈 장관 ⓒ대한상의 제공

“한동훈은 방향 있는 다혈질, 원희룡은 좌충우돌 다혈질”

두 장관을 나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장관은 총선과 대선을 위한 정치적 자산을 비교적 쌓아둔 반면, 원 장관은 이를 깎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두 장관 모두 ‘다혈질’인데, 한 장관은 방향과 목적이 있는 다혈질이고 원 장관은 방향 없이 좌충우돌하는 다혈질 같이 비춰진다”며 “원 장관은 이번 고속도로 사업 대응 과정에서 이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보기에 원 장관은 다소 불안해보일 수 있다. 특히 총선에선 ‘말실수’ 하나가 상당히 치명적인데 원 장관은 이 점에 있어 리스크가 많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한 원외 인사도 “한 장관도 결국 반대편 국민 절반의 비호감도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그런데 원 장관의 경우 지지층조차 ‘믿어도 되나’ 갸웃거릴 만큼 정치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각의 장관들이 이렇게 전면에서 공격수 역할을 한 전례가 많지는 않았던 만큼,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이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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