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도덕성 회복’ 강조한 이낙연 당부에 응한 거란 해석
더불어민주당이 비(非)이재명계를 향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에 사용하는 멸칭), ‘바퀴벌레’라고 비난한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에 대한 징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감찰기구는 양 전 위원장의 행위가 당의 단합을 해치는 과도한 언사와 모욕적 언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민존중과 당원 상호협력’을 명시한 당 윤리규범 제4조와 ‘품위유지’를 적시한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양 전 위원장을 징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중앙당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에 회부됐지만 곧장 이 사안이 발표되진 않았다. 회부 당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만찬 회동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양 전 위원장은 당내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그동안 SNS 등을 통해 비명계 인사들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지난 5일 그는 비명계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갑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적었다.
이어 개인 유튜브 방송에선 비명계를 ‘바퀴벌레’로 칭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당 감찰기구는 이러한 표현이 인격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당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징계 착수엔 이재명 대표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출마예정자가 다른 출마예정자나 당원에게 모욕적 발언을 하면 윤리감찰단이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는 앞서 당의 도덕성 회복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이낙연 전 대표의 요구에 이재명 대표가 호응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일 5·18민주묘역 참배 당시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말하며 이재명 대표를 공개 저격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28일에도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