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삿날 잡았는데 한 달 미뤄…시공사 일방 통보에 ‘힐스테이트 강일’ 입주민들 ‘날벼락’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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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화물연대 파업에…社, 예정입주일 ‘9월→10월’ 지연 통보
일부 수분양자 “이사비·거주비 등 보상하라” 반발…소송 검토도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을 공급하는 현대건설과 계룡건설이 일부 수분양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9월 입주를 공언했던 현대건설이 최근 입주예정일을 10월로 한 달 가량 늦추면서다. 입주예정일에 맞춰 이사 계획을 확정했던 수분양자들은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보상 규모와 기준 등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이 소송 가능성 등을 검토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현대건설

‘입주 지연 없다’ 약속 믿고 집 빼는 날짜까지 확정됐는데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은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 5블럭에 들어서는 아파트다. 분양 당시 현대건설이 밝힌 입주 예정일은 2023년 9월이었다. 그러나 입주를 3개월가량 앞두고 돌연 입주일이 변경됐다. 취재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6월29일 경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예정일이 10월 경으로 늦춰졌다’고 통보했다.

현대건설은 입주 예정일이 변경된 사유가 △코로나19 팬데믹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자재 운송 지연 및 수급 지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주요 원자재 품귀 현상 △건설노조 집회로 인한 공사 중지 탓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의 통보 이후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부터 다수 아파트들의 입주가 같은 사유로 지연된 것을 고려해 현대건설 측에 ‘입주 지연 가능성’을 매달 문의했다. 그때마다 사측은 ‘입주 지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기존 입주예정일에 맞춰 이사 계약을 맺고, 현 거주 주택 전세 계약까지 변경했던 수분양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쿠라이나 전쟁 등은 천재지변 같은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아닌 지난해부터 예고된 상수였음에도, 현대건설의 ‘늦장 대응’ 탓에 수분양자들의 심리적‧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에서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입주예정자인 A씨는 “입주일이 밀릴까 불안한 나머지 매달, 매주 현대건설에 입주 지연 가능성을 물었다. 회사는 6월 둘째 주까지도 ‘입주 지연은 없다’고 답변했다”며 “그 말만 믿고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계약을 다음 달까지로 조정했는데, (입주 예정일이 밀리며) 한 달 가량 살 집이 없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 B씨는 현대건설이 입주 지연을 통보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입주 지연이 확정된 뒤 공사 현장에서 수차례 담당자 면담을 요구했지만 그 때마다 ‘부재중’이라는 응답만 받았다”며 “적어도 입주지연 통보 전 오프라인 간담회라도 진행하며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한 가정의 일상을 흔들 수 있는 일을 달랑 문서 한 장, 문자 한 통으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현대건설 “문제 없다”…수분양자 일부 ‘소송 검토’

현대건설은 ‘아파트공급 표준계약서’에 따라 입주 지연 보상금(지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61조 2항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예정일 내 입주를 시키지 못하면 실입주개시일 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 입주시 입주자에게 연체료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거나 주택잔금에서 해당액을 공제해야 한다. 금액은 납부한 입주금에 연체율을 곱하고, 연체일수를 1년 365일로 나눠 계산한다. 만약 입주금으로 3억원 냈는데 입주일이 90일가량 밀렸고 연체율이 10%라면, 약 740만원 가량을 지체상금으로 지불하는 식이다.

다만 일부 수분양자들은 이 같은 보상규정에 반발하고 있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중도금 대출이자 연체료 외 △이삿짐 보관비용 및 이사일 변경 수수료 △전세계약 조기 해제 등으로 발생한 단기 임대비용 △육아 공백에 따른 양육 지원비 △이외 심리적 손해배상금 등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중 일부는 현대건설과의 소송 가능성을 대비, 법률 자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건설사의 귀책으로 입주가 3개월 넘게 늦어지면 분양을 받은 사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다만 현대건설 사례처럼 딱 3개월에 맞춰 지연입주를 통보한다면 추가 보상을 받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민법에 따르면 실제 손해가 위약금의 범위를 초과할 시 추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 추가 피해의 범위, 건설사의 책임을 규정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정된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건설사와 입주자간 분쟁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주일이 지연된 민간 공동주택의 경우 힐스테이트 포항(1717가구), 힐스테이트 삼송(452가구),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1516가구) 등 5935가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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