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도 낙관도 아닌 객관적으로 위기 바라보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6 11: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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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다룬 《위기의 역사》

“사람은 누구나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20년 동안 이어져 오던 저금리가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 외환위기 이후 단순히 나타난 저금리 상황이 바뀌지 않자 경제 주체들의 마음속에는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쌓여갔다. 그런 상황을 지나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급등하니, 이 금리 변화가 사람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느껴진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은 늘 상승하기 때문에 등 단순한 이유로 현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을 해왔는데, 그런 관성은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처참하게 부서지고, 지금과 같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위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일침을 놓는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씨가 《위기의 역사》를 펴냈다.

위기의 역사│오건영 지음│페이지2 펴냄│480쪽│2만8000원

4가지 역사적 사건 통해 위기 실체 분석

“2022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그리고 40년 만에 가장 강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이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 환경이 펼쳐졌다.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0%에 가까웠던 예금 금리가 5~6%까지 상승하며 사람들을 주식시장 대신 은행으로 향하게 했으며,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꺾이며 수많은 ‘영끌족’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지금의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레 투자자들이 극단적 위험을 염두에 두게 만들었다.”

신한은행 WM그룹 팀장으로 투자솔루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연준해설가’ ‘금리전문가’ ‘거시경제 일타강사’ 등으로 불리는 오씨.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모두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그때도 비슷한 이유와 비슷한 착각으로 인해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히 위기를 걸어 지나왔을 뿐,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씨는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충격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 네 가지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며 당시 위기가 벌어졌던 원인, 국가 간 이해관계, 사회 분위기를 분석해 위기의 실체를 파헤쳤다.

오씨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 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 낙관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항상 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찾아오곤 한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편안함에 머물러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격언이다.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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